[UN北인권결의안 채택]비동맹국 상당수 막판 北에 등돌려

  • 입력 2005년 11월 1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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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84-반대 22-기권 6218일 오전 2시 33분경(한국 시간)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결의안’ 표결이 실시된 직후 각국 대표가 표결 결과를 보여 주는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찬성 84-반대 22-기권 62
18일 오전 2시 33분경(한국 시간)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결의안’ 표결이 실시된 직후 각국 대표가 표결 결과를 보여 주는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대북(對北) 인권결의안이 17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됐다.

유엔 총회 제3위원회(사회 문화 인도적 문제 관할)는 이날 영국 등 유럽연합(EU) 25개 회원국이 제출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84표, 반대 22표, 기권 62표로 통과시켰다. 전체 회원국 191개국 중 168개국이 참여한 표결에서 한국은 기권했다.

북한인권결의안은 2003년 이후 매년 유엔 인권위원회에 상정돼 채택됐지만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것은 처음이다.

이날 채택된 인권결의안은 제재 조치가 뒤따르지는 않지만 유엔 총회 차원에서 처음으로 채택됐다는 점에서 북한에 상당한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결의안은 인권, 고문, 공개처형, 정치범 수용소, 매춘, 영아 살해, 외국인 납치 등을 거론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또 북한 주민의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결의안은 또 세계식량계획(WFP)과 비정부기구(NGO) 등 인도적 지원 기구와 단체들이 북한 전역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한국이 이날 북한인권결의안 투표에 기권함으로써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영진(崔英鎭) 주유엔대표부 대사는 표결 직후 ‘투표 설명’을 통해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에 공감하지만 동시에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한국의 노력은 대북 정책의 전반적인 틀 속에서 추진할 수밖에 없다”며 기권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대해 줄곧 불참하거나 기권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우선순위를 낮게 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김창국(金昌國) 유엔주재 북한 차석대사는 표결 직전 발언을 통해 “EU와 미국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인권 문제를 남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이번 결의안은 EU가 미국의 압살정책에 편승해 내정 간섭과 정권 교체를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김 차석대사 발언에 이어 중국과 베네수엘라, 쿠바, 수단 등 10여 개국이 결의안 채택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지지를 기대했던 비동맹 국가 회원국 상당수가 ‘반대’가 아닌 ‘기권’을 선택해 결의안이 별다른 어려움 없이 통과됐다.

유엔 총회 결의안은 ‘참석하고 투표한’ 회원국의 과반수 찬성으로 채택되는데 유엔 의사규칙에 따르면 기권한 회원국은 투표를 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 정치권-시민단체 반응

한나라당은 17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결의안’ 표결에 정부가 기권한 것에 대해 “대한민국은 인권국가이기를 포기했다”고 맹비난했다.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는 18일 원내 대책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미국의 노예제에 비유해 천천히 하면 된다고 했지만 수백 년간 내려온 노예제는 결국 남북전쟁을 발발시키지 않았느냐. 북한 인권 문제와 미국 노예제를 비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노 대통령을 비판했다.

임태희(任太熙) 원내수석부대표는 “북한 인권 문제에는 눈감으면서 경협을 확대한다는 것은 야만적이고 반민족적인 처사”라고 말했다.

공성진(孔星鎭)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11명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통과에 따른 정부의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나라당은 이와는 별도로 조만간 의원총회를 열어 독자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로 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유엔 결의안 표결엔) 기권과 반대도 많았다. 이는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북한 인권 문제에 신중히 접근하라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시민단체인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김진홍(金鎭洪·두레공동체 대표) 상임의장은 “북한 인권 문제는 의혹이 아닌 검증된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노무현 정부는 기권이라는 ‘비겁한 선택’을 함으로써 김정일(金正日)의 눈치 보기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고 비난했다.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의 조중근(趙重根) 사무처장도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서는 북한 주민의 인권을 포기해도 괜찮다는 정부의 반인도적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는 달리 ‘천주교 인권연대’의 김덕진(金德珍) 사무국장은 “북한 인권 문제가 미국과 유럽 주도 아래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기권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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