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TV영화/20일]‘클린’ 외

  • 입력 2005년 11월 1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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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
◆클린

‘화양연화’에서 국수통을 들고 홍콩 밤거리를 유영하던 그녀를 기억하는가? 장만위(張曼玉)의 전남편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작품인 ‘클린’은 장만위에서 시작해 장만위로 끝날 수밖에 없는, 아니 좀 더 과감하게 말하자면 장만위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영화다. 화려한 한때를 보내고 마약을 통해서만 간신히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여자 에밀리, 아마도 영화 ‘클린’에서의 에밀리는 장만위의 이미지와 결부되지 않고는 떠올리기 힘들 것이다.

잘나갔던 한때 이후, 곧 재기의 날이 오리라 허영 같은 자존심을 부리는 여자가 있다. 그녀가 바로 에밀리. 하지만 그녀에게 남은 것은 상처뿐이다. 약물 과용으로 죽은 남편, 그리고 자신과 헤어져 살 수밖에 없게 된 아들. 약물 소지 혐의로 실형을 언도받고 아이마저 시부모에게 뺏겨 버린 에밀리에게 일상은 고통이다. 마약의 습관과 유혹에서 벗어나야 하는 고통, 사랑했던 남편을 잃은 고통, 그리고 아들을 볼 수 없는 고통. 이 외로운 마음의 감옥에서 에밀리는 아들을 데려올 수 있을 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프랑스 런던 샌프란시스코를 오가는 그녀의 유랑기는 장만위의 유창한 3개 국어 실력과 더불어 묘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그녀가 멀리 방랑하는 만큼 그녀의 삶은 신산하고 애처롭다. 시아버지 역할을 맡은 닉 놀테의 우려하는 듯 고즈넉한 눈빛 연기 역시 일품이다. 아들을 위해 다 타버린 재와 같은 삶에서 희망을 찾는 여자 에밀리. 타인과 소통하기 힘든 삶의 상처를 지닌 자들에게 아마 ‘클린’은 속 깊은 상담자와 같은 위안을 줄 법한 영화이다.

★★★★★

◆사랑의 추억

영화계의 악동 프랑수아 오종의 영화치고는 로맨틱하고 감성적인 영화이다. 내 살과 같은 가족,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가 주는 충격을 묘사한 오종의 연출력이 볼만하다. 환상으로 모면하고자 하는 죽음이라는 사건. 기발하고 과감한 상상력을 선보여 온 오종의 다른 영화들과 그 충격의 질은 다르지만 메마른 슬픔을 조형해낸다는 점에서 역시 오종답다.

★★★★ 강유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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