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 “유죄 입증땐 과감한 실형선고 필요”

  • 입력 2005년 11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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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수사와 재판에서 불구속 비율이 늘어나고 법원의 실형 선고가 줄어든 것에 대해 검찰 관계자들의 분석과 반응은 한결같다. 한마디로 ‘절반의 사법정의’라는 주장이다.

검찰의 영장 청구가 신중해지고 법원도 구속영장 발부를 엄격히 하는 만큼 재판에서 유죄가 밝혀진 피고인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실형을 선고해야 하는데 법원이 그 의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검찰청의 한 검사는 “불구속 수사 원칙의 취지는 수사와 재판은 불구속 상태에서 하되 재판에서 유죄가 입증되면 적극적으로 실형을 선고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불구속 수사 및 재판의 원칙과 함께 유죄가 인정되면 형을 엄하게 선고하는 원칙이 확립돼 있다.

2003년 발간된 ‘2000년 미국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강도 상해 마약 절도 등 중범죄를 저지른 피고인 가운데 69%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31%는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받았다.

교통법규 위반 등 죄질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경범죄의 경우도 실형 선고율이 53%였고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받은 피고인은 47%였다. 전체 기소 범죄에 대한 실형 선고율이 20% 수준인 한국의 현실과 대조적이다.

대검찰청의 한 검사는 “미국의 모델이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 제도의 한 단면만 모방해 불구속 수사 원칙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법원 판사들은 실형 선고 비율이 줄어든 것에는 놀란 표정이었지만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신체의 자유를 빼앗는’ 실형과 일단 ‘자유의 몸’이 되는 집행유예는 불이익의 차이가 너무 커 양형 결정에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판사들은 실형과 집행유예 사이의 ‘중간지대’를 형성할 대안으로 이미 미국과 영국 등에서 시행 중인 ‘부분 집행유예 제도’를 제안한다.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할 경우 1년 정도는 실형을 살게 하고 나머지 6개월을 집행유예 기간으로 두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실형을 통한 처벌 효과와 범죄 예방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범죄 유형이 다양해지는 만큼 형벌도 다양해져야 한다”며 “죄 지은 사람에게 죗값을 엄하게 묻겠다는 판사들의 의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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