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코리아 사장 “한국의 경직된 노동시장 외자유치 걸림돌”

  • 입력 2005년 11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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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일하며 한국 경제를 지켜본 윌리엄 오벌린 보잉코리아 사장은 17일 노사 문제를 한국 정부의 큰 숙제로 꼽았다. 부산=신원건 기자
2년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일하며 한국 경제를 지켜본 윌리엄 오벌린 보잉코리아 사장은 17일 노사 문제를 한국 정부의 큰 숙제로 꼽았다. 부산=신원건 기자
“외국 기업은 대한(對韓) 투자를 결정할 때 한번 망설입니다. 바로 노동문제 때문입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관련 행사로 열린 최고경영자 회의(CEO 서밋) 참석차 부산을 찾은 윌리엄 오벌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명예회장 겸 보잉코리아 사장은 17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비탄력적인 노동시장이 한국 외자 유치의 결정적인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2003년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2년 동안 AMCHAM 회장을 맡았던 그는 “한국 지도자들은 미국과 유럽의 노사문제 해결방식을 깊이 연구한 후 자국에 맞는 독자적인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하지만 중국의 급속한 부상으로 볼 때 한국이 노동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는 단서를 달았다.

오벌린 명예회장은 “한국은 중국과 경쟁하기보다는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기술 수준이 높은 한국은 중국 진출을 원하는 세계적인 대기업들의 연구개발(R&D) 시험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인에 대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삼성과 두산 사태 등을 계기로 기업 지배구조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는 것에 대해 “주주의 이익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경영 투명성 문제는 특히 고위 경영진이 뼈저리게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벌린 명예회장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와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극복에서 보듯이 아시아는 세계에서 위기회복능력이 가장 뛰어난 지역”이라며 “기업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유연성만 확보된다면 한국도 싱가포르, 홍콩 등에 뒤지지 않는 유망한 투자 유치 국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외국 기업이 한국에서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국을 단순한 판매시장이 아니라 파트너로 인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보잉코리아도 한국 중소기업들의 부품공급률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근 보잉코리아가 서울과학고에 7만5000달러를 들여 항공교육연구소를 설립해준 것을 거론하며 한국 기업들이 ‘이공계 살리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부산=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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