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자동차 73년 아성’ 무너지나

  • 입력 2005년 11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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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휘청거리고 있다.

GM 주가는 16일 한때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18년 만에 최저치인 20.90달러까지 추락했다. 종가는 21.29달러. GM 주가는 최근 일주일간 22% 급락하면서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시가총액이 120억 달러로 줄었다.

▽제국의 추락=1931년 이후 73년째 매출 세계 1위를 질주해온 GM이 이처럼 한심한 신세로 전락한 것은 북미지역의 심각한 영업부진, 분사시킨 부품업체 델파이의 파산, 2001년 분식회계 사실 공개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

특히 GM이 대부분의 부품을 조달하고 있는 델파이에서 파업이 발생한다면 GM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현재 파산보호를 신청한 델파이는 노조가 비용절감 방안에 반발하면서 파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할인가 판매 ‘약발’이 끝나면서 10월 GM의 미국시장 판매대수는 25만3547대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5.9%나 줄었다.

▽추락의 이유=GM은 1970년대에는 미국 시장점유율이 50%에 육박했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자동차 회사들이 맹렬히 추격해 오면서 올해 10월 기준으로는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22.1%로까지 떨어졌다.

이는 GM이 소비자와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못 읽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해외 경쟁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져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은 데다 최근에는 고유가가 계속되면서 GM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가 급감했다. 이에 따라 도요타가 조만간 세계 1위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전현직 직원들에 대한 과다한 의료 및 복지비용도 GM의 발목을 잡고 있다. GM과 포드 등 ‘빅3’는 회사 부담으로 퇴직자들에게까지 평생 의료혜택을 제공해 오고 있다.

▽GM, 어떻게 되나=이처럼 실적이 악화되면서 리처드 왜거너 회장에 대한 사임 압력도 커지고 있다. 특히 GM 지분 9.9%를 보유한 대주주 커크 커코리언 씨는 이사회 개편을 요구하면서 왜거너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커코리언 씨는 ‘위기의 기업’ 주식을 사들인 뒤 구조조정을 통해 투자수익을 올리는 대표적인 기업사냥꾼.

한편 GM은 판매가 급감하자 14일 다시 할인 판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GM이 근본적인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한 채 할인 혜택을 통한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할인 혜택이 끝나면 판매가 다시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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