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616>卷七. 烏江의 슬픈 노래

  • 입력 2005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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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성 안에서 이틀을 쉰 관영이 다시 군사를 몰아 전횡을 뒤쫓으려는데 임치(臨淄)에 있는 대장군 한신에게서 전령이 왔다.

“제나라 장수 전흡(田吸)이 정병 5000과 함께 천승현(千乘縣)에 진을 치고 있다고 한다. 천승 현성(縣城)은 고원(高苑) 북쪽 25리에 있어 임치의 뒷덜미와도 같은 곳이니, 전흡을 그대로 두고서는 임치를 함부로 비울 수 없게 된다. 전횡은 잠시 버려두고 먼저 천승현부터 거둬들이도록 하라.”

이에 관영은 영하(영下)로 내려던 군사를 돌려 천승현으로 달려갔다.

관영이 천승현에 이르러 보니 그사이 전흡은 군사를 이끌고 현성 안으로 들어가 농성 준비를 마쳐 놓고 있었다. 원래부터 이끌고 있던 군사에다 싸움에 쓸 수 있는 성안 백성들을 모두 끌어내 3만이나 되는 군민이 천승 성벽 위를 뒤덮다시피 했다. 거기다가 현성의 성벽은 높고 두꺼웠으며 성안에 갈무리해 둔 군량도 넉넉했다.

관영은 벌써 이태째 기장(騎將)으로 들판에서만 싸워 왔을 뿐만 아니라 그전부터도 다부지고 재빠름을 바탕으로 한 치열한 전투(질투·疾鬪, 전질력·戰疾力)로 이름을 얻은 장수였다. 그런 그가 다시 농성전이 잘 준비된 성을 치게 되었으니, 이기는 데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절반에 가까운 군사를 다쳐 가며 성을 떨어뜨리고 전흡을 잡아 죽이고 나니, 그 역시도 임치를 떠난 지 어느새 스무날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그때 임치에 있던 대장군 한신은 제왕 전광이 달아나 숨은 고밀을 칠 채비를 끝내 놓고 조참과 관영이 어서 빨리 뒤를 깨끗이 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신은 먼저 군사들을 단속해 함부로 백성들을 죽이거나 재물을 빼앗지 못하게 함으로써 성안 민심부터 가라앉혔다. 그리고 다시 백성들에게 제나라 왕실 창고와 임치 부호들에게서 거둔 재물을 나눠 주어 환심까지 샀다. 그사이 싸움에 다치고 지친 군사들도 원기를 되찾았고, 먹을 것과 벼슬에 이끌려 모여든 건달과 뜨내기들로 새로 늘어난 군사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조참과 관영이 등 뒤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게만 해주면, 대군으로 고밀을 에워싸고 제왕 전광을 사로잡아 제나라 평정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조참과 관영 모두 기한한 보름을 넘기고 한 달이 가까워도 돌아오지 않자 한신도 슬슬 다급해졌다. 그사이 섣달이 지나가고 정월에 들어 희미하게나마 다가오는 봄기운도 걱정스러웠다. 겨우내 곳곳에서 웅크리고 있던 제나라의 잔여세력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데 기다리는 서북쪽의 기쁜 소식은 없고, 동남쪽을 살피러 간 탐마가 먼저 달려와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용저가 이끄는 초나라 군사 20만이 고밀에 이르렀습니다. 벌써 제왕(齊王) 전광의 군사와 합쳐 그 기세가 실로 엄청나다고 합니다.”

“교동(膠東)의 전기(田旣)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3만 군사로 동쪽에서 고밀을 도울 거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듣자 한신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곧 조참과 관영에게 유성마(流星馬)를 띄워 고밀로 오라 이르고 자신도 다음 날로 대군을 이끌고 임치를 떠났다.

글 이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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