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연구원 부설 국가영장류센터에 가다

  • 입력 2005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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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신약후보물질의 약효와 부작용을 검사하는 원숭이 실험이 본격화되고 있다. 7일 준공식을 가진 국가영장류센터는 현재 74마리의 실험용 원숭이를 확보한 상태다. 사진 제공 국가영장류센터, 동아일보 자료 사진
국내에서 신약후보물질의 약효와 부작용을 검사하는 원숭이 실험이 본격화되고 있다. 7일 준공식을 가진 국가영장류센터는 현재 74마리의 실험용 원숭이를 확보한 상태다. 사진 제공 국가영장류센터, 동아일보 자료 사진
○ 까다로운 출입절차… 건강진단서에 특수 실험복 입어야

“건강진단서 가져오셨죠? 먼저 특수 실험복으로 갈아입으세요.”

7일 준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충북 청원군 오창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부설 국가영장류센터. 원숭이 74마리가 사육되고 있는 건물에 들어가는 절차는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행여 원숭이에게 병원균이 옮겨질까봐 방문객은 반드시 에이즈, 결핵 등 질병에 걸리지 않았다는 건강진단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 옷에 병원균이 묻어있을지 몰라 팬티만 남겨두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특수 실험복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보물입니다. 신약후보물질을 투여해 약효와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관찰할 수 있죠.”

장규태 센터장은 이 원숭이들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귀중한 존재’라고 설명했다. 줄기세포, 간염백신, 조류인플루엔자(AI) 백신 등 최근 한국에서 개발되고 있는 획기적인 치료제들이 바로 이곳에서 동물실험을 마칠 예정이다.

신약후보물질은 인간에게 투여하기 전 반드시 동물실험을 거쳐야 한다. 그동안 한국에서 사용되던 실험동물은 주로 생쥐나 토끼, 돼지 등이었다. 이들에 비해 원숭이는 인간과 해부학적으로나 생리학적으로 가장 가깝기 때문에 실험동물로서는 가장 적격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규정에 따르면 생쥐는 3000마리, 토끼나 돼지는 200마리 이상 실험한 결과가 나와야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다. 이에 비해 원숭이는 4마리만 실험해도 임상시험 자격이 주어진다. 가격은 마리당 500만∼2000만 원대.

○ 사람과 비슷한 히말라야원숭이에게 줄기세포 이식

그런데 같은 원숭이라도 실험에 따라 여러 종류가 필요하다. 현재 국가영장류센터는 히말라야원숭이(20마리), 필리핀원숭이(30마리), 사바나원숭이(24마리) 3종을 보유하고 있다.

“히말라야원숭이 혈액에는 특이하게 사람처럼 ‘Rh’라는 인자가 있어요. 다른 원숭이에 비해 생리적으로 인간과 더욱 가깝다는 의미죠.”

이 원숭이가 바로 서울대 황우석 석좌교수 연구팀이 확보하고 있는 줄기세포를 이식하려는 대상이다.

필리핀원숭이는 히말라야원숭이와 함께 학계에서 가장 연구가 많이 이뤄졌다. 현재 이화여대 약대 연구팀이 개발한 신약후보물질의 약효를 테스트 중이다.

“사바나원숭이에게서 조만간 세계적인 성과들이 발표될 거예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사바나원숭이는 소아마비백신을 처음 개발할 때 사용된 이후 ‘백신 전문’ 원숭이로 통한다. 현재 포스텍(포항공대) 생명과학과 연구팀에서 개발된 C형간염 DNA백신을 정기적으로 투여하면서 항체가 제대로 형성되는지 관찰 중이다.

○ 유전자변형 원숭이 한 마리에 수억원 달해

AI 백신도 투여됐다. 충남대 수의학과 연구팀은 사바나원숭이 실험을 통해 ‘만족스러운’ 데이터를 얻어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제출한 상태다.

국가영장류센터는 개코원숭이도 들여올 예정이다. 황우석 교수팀이 개발 중인 장기이식용 복제돼지를 연구하기 위해서다. 돼지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려면 면역거부반응이나 바이러스 감염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개코원숭이는 보통 실험용 원숭이에 비해 몸무게가 5, 6배 무거운 40kg에 달한다. 장기이식용 복제돼지도 이 정도 무게이기 때문에 장기 크기가 비슷하다.

장 센터장은 공동연구 외에 독자적인 연구성과를 내려는 욕심도 보였다.

“예를 들어 당뇨병에 걸린 원숭이를 만들면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됐을 때 투여해봐서 병이 낫는지 관찰할 수 있어요. 유전자변형 원숭이는 한 마리에 수억 원에 이를 정도로 비쌉니다. 우리 기술로 도전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요.”

국내 첨단 생명공학의 성과를 확인하려면 국가영장류센터로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음을 새삼 느꼈다.

오창=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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