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맹정주]1주택 노령가구는 보유세 감면해줘야

  • 입력 2005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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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사는 정모(76) 씨는 51평짜리 아파트에 17년째 살고 있다. 노후를 이곳에서 보낼 작정이었던 그는 최근 마음을 바꾸었다. 세금 때문이다. 그는 올해 아파트 보유세를 300만 원 냈다. 내년엔 올라 700만∼800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8·31 부동산대책으로 과세표준 적용률 등이 올랐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 안대로 2009년 보유세 실효세율이 1%까지 올라가면 매년 내야 하는 보유세는 1400만∼1500만 원이 된다.

15년 전 공직에서 물러난 그는 알뜰하게 절약해 모아 둔 돈으로 자녀들 혼사를 치렀고 매달 나오는 연금과 얼마 안 되는 저축으로 생활비를 충당해 왔다. 세금 부담에 집을 팔고 경기도로 이사할까 생각도 했지만 양도세 부담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정 씨는 “집값 잡는 것도 좋지만 집 한 채 달랑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이런 세금을 물리는 건 잘못 아닌가” 하고 푸념한다.

정부는 또 현재 기준시가의 50%인 재산세 과세표준 적용률을 2008년부터 매년 5%포인트씩 올려 2017년에는 100% 인상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아닌 주택소유자들도 보유세 부담이 두 배로 늘게 된다.

한편, 지난번 부동산 대책은 과세 기준을 실거래가로 현실화하고 보유세를 올리되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는 기왕의 논의에 외견상으로는 충실한 틀을 갖춘 듯이 보인다. 그런데 양도소득세는 원래 ‘자산소득에 대해 매겨지는 소득세’이지만 부동산을 거래할 때만 부과되므로 거래세의 효과를 가진다. 부동산 보유에 대해서 중과하려면 거래세를 경감해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지난번 대책은 일정가격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면 재산세를 중과하고, 세 부담 때문에 처분하면 다시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동시에 늘리는 건 문제가 있다.

이처럼 8·31 부동산대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연령대가 바로 노인들이다. 20∼30년간 한 집에서 살다 보니 집값이 자신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오른 경우가 있다. 노후에 별다른 소득도 없이 주택이 재산의 대부분인 경우도 많다.

이런 분들이 세금 부담을 걱정하자 일부에서는 ‘역(逆)모기지론’ 제도를 활용하라고 말한다. 역모기지론은 금융기관에 부동산을 담보로 맡기고 매달 일정액을 대출 받아 생활비로 쓰는 방식이다. 그리고 만기가 되면 은행이 담보 부동산을 처분해 대출금을 회수한다. 한마디로 ‘빚내서 세금 내라’는 말이다. 이는 사유재산 침해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는 발상이다. 역모기지론의 계약 기간도 지금처럼 10∼20년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부동산 소유주의 사망시점까지 돈이 지급되도록 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를 살리는 길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65세 이상의 은퇴한 노령 가구에 대해서 재산세 등을 감면하고 있다. 노령화 속도가 어느 나라보다 빠른 한국도 65세 이상 노령 가구 중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는 보유세를 감면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덜어 주어야 한다. 한국의 노인 가구는 전란의 잿더미에서 경제 발전을 일궈낸 주력 세대가 아닌가? 국회는 이번 회기에서 관련 세법 개정 시 이런 점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맹정주 전 국무조정실 경제행정조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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