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한라건설, 만도 인수 ‘집안 싸움’

  • 입력 2005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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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브레이크 생산업체인 만도의 인수를 두고 현대·기아자동차그룹과 한라건설이 팽팽한 ‘기(氣)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인영 한라건설 명예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숙부와 조카 사이여서 만도 인수전은 ‘범현대가(家)의 경쟁’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17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이 회사는 16일 만도 경영진으로부터 만도의 경영 상태와 사업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듣고 경영 실사(實査)를 벌였다.

현대·기아차그룹 측은 “기업 실사는 회사에 대한 ‘종합 건강진단’의 수준이며 인수 금액과 절차에 대해 합의한 바 없다”며 확대 해석을 꺼렸다.

현대·기아차그룹으로서는 만도 인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느긋한 태도다. 이미 지멘스, TRW 등 만도 인수를 희망했던 기업들이 떨어져 나간 데다 현대·기아차그룹에 대한 납품 비중이 70%가 넘는 만도를 섣불리 넘볼 기업도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올해 브레이크 생산 업체 카스코를 인수한 것도 만도의 가격을 낮추기 위한 ‘압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만도의 ‘원래 소유주’인 한라건설은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만도는 1999년 한라그룹이 경영 악화로 사실상 해체될 때 선세이지로 넘어갔다.

한라건설 관계자는 이날 “정인영 명예회장이 최근 임원회의에서 ‘만도의 경영권을 되찾아 오라’고 지시했다”며 만도 인수에 강한 의지가 있음을 드러냈다.

한라건설 측은 “만도의 경영권을 가져올 만한 충분한 자금력이 있다”며 “만도를 인수하기 위해 국내 금융기관과 자본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라건설은 2000억∼3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해 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만도의 지분은 선세이지가 73.11%를 보유하고 있고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과 한라건설이 각각 9.27%씩, 18.54%를 가지고 있다. 나머지 지분의 일부도 한라건설 임직원이 보유하고 있어 한라건설 측으로서는 30%의 지분만 확보하면 경영권을 소유하게 된다.

한라건설은 매각 당시 계약에 따라 만도를 우선협상자와 같은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우선인수권’을 가지고 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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