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정부 국정원장 구속]盧대통령-DJ 완전히 갈라서나

  • 입력 2005년 11월 17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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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잡한 DJ김대중 전 대통령(오른쪽)이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으로 자신을 찾아온 한화갑 민주당 대표와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임동원, 신건 전 국가정보원장의 구속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착잡한 DJ
김대중 전 대통령(오른쪽)이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으로 자신을 찾아온 한화갑 민주당 대표와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임동원, 신건 전 국가정보원장의 구속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통령 그만둘 때는 이제 마음고생 없이 편하게 살겠다고 생각했는데 뜻대로 안 되고 지금도 이렇게 힘들게 사는 걸 보니 내 인생이 그런 것 같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16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을 찾은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한탄 같기도 하고 누구에 대한 원망 같기도 하다. 하지만 “(누구든) 자기 마누라는 속일 수 있지만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눈은 속일 수 없다. 양심에 떳떳한지 자기 눈을 보면 절대로 속일 수 없다”고 덧붙여 한 말로 미뤄 원망임이 분명해 보인다.

▽DJ, 현 정권과 결별하나=DJ는 임동원(林東源) 신건(辛建) 전 국가정보원장의 구속에 대해 “사실이 아닌 일을 억지로 만든 것이다.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즉각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결별 선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DJ는 2003년 대북(對北) 송금 특별검사제가 도입됐을 때를 시작으로 그동안 간간이 현 정부에 불편한 심기를 토로하긴 했다. 하지만 8일 열린우리당의 임시 지도부가 인사차 방문했을 때에 “여러분이 나의 정치적 계승자”라고 말한 것처럼 현 여권에 대해 애정 어린 충고와 덕담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DJ의 발언은 ‘격려 반, 불만 반’이던 이전의 태도와는 분명 달랐다.

“(정부가) 지금 무리한 일을 하고 있다” “국정원장이 대통령이 못하게 하는 것을 어떻게 했겠는가. 나는 두 전직 원장을 믿는다. 나는 절대 무리한 일을 하지 않았다”는 등의 발언 곳곳에는 결기가 배어 있다.

이날 면담에 동석했던 한 민주당 관계자는 “DJ가 살아 있는 권력과의 결별에 따른 ‘불편한 상황’을 각오한 얘기로 들렸다”고 전했다.

청와대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청와대는 전날 “두 전직 국정원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는 잘못”이라며 검찰을 비판하는 등 DJ를 의식해 ‘성의’ 표시를 했지만 결과가 무위로 돌아가자 굳게 입을 닫았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참여정부 들어 검찰 수사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 아니냐”며 DJ의 강경 반응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내홍 조짐 보이는 여권=노 대통령과 DJ가 피차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듯한 지금의 형국이 여권에 주는 충격은 심대하다.

열린우리당은 DJ의 자산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는 정당이다. ‘호남표’에 의존하는 측면이 크고 아직도 호남에는 DJ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열린우리당 다수 의원이 DJ의 정치적 계승자임을 자처하고 호남의 민심 이반을 우려해 DJ의 지지를 끌어내려고 애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내의 호남과 수도권 출신 의원들이 동요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당-청 관계가 급속히 이완될 것이다.

이날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도 검찰과 청와대에 대한 불만이 속출했다. 임종석(任鍾晳) 최재천(崔載千) 의원이 나서 검찰을 원색적으로 비난했고,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은 일이 이렇게 되기까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느냐”는 말도 흘러나왔다.

당내의 친노(親盧) 세력은 그들대로 상황을 좌시하고 있지만은 않을 태세여서 필연적으로 당내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친노 직계인 조경태(趙慶泰·부산 사하을)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DJ도 잘못된 것이 있으면 지적해야지 두둔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정면 돌파를 주문했다.

여권의 구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은 또 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론이 그것이다.

청와대는 민주당과의 통합론에 대해 ‘지역주의 정치로의 회귀’라며 제동을 걸었지만 열린우리당 내의 통합론이 수그러들었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호남에서의 정당 지지도가 민주당에 역전돼 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열린우리당은 더욱 답답하다. 더구나 DJ는 이날 민주당 지도부에 대해 “내가 여러분을 정신적으로 후원한다. 민주당은 50년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평화통일 정책을 일관되게 펴 왔다”며 손을 들어주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이 때문에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통합’을 대의명분으로 내세워 개별 행동에 나서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이런 상황에 대해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국정원 '別保'받은 DJ…'도청' 몰랐을까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안영근 “盧대통령 탈당 안해도 열린우리당은 분당”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을 주장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안영근(安泳根·사진) 의원은 17일 대통령이 탈당하든 안하든 열린우리당이 분당될 가능성은 높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요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나 당원들의 정서가 뭔가 중요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당이 존재하기 어렵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자의 ‘노 대통령이 탈당하든 안 하든 당이 분당하는 건 대세이고 필연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노 대통령 탈당 땐 여당이 해체되고 분당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는 질문에는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대통령이 있다고 해서 다음 대선이나 총선 때까지 열린우리당이 그대로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과의 통합에 대해서는 “당내 144명의 국회의원 거의 다 통합이라는 자연스러운 물결에 합류하고 싶어한다”며 “결국 통합을 반대하는 극소수 지도부도 바닥정서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노 대통령의 탈당에 대해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무당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합의 장애물로 생각해서 그런 말을 한 건 아니다”며 “거국내각이나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려면 대통령께서 당적이 없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 같아 탈당을 얘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노 대통령의 탈당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열린우리당 내에도 있느냐’는 질문에 “겉으로는 표현은 못해도 그런 분들이 종종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고건(高建) 전 총리 영입을 주장한 것과 관련해선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을 아우를 수 있는 지도자로 고건 전 총리를 거론했다”며 “지금 당내에서는 공개적으로 고건 전 총리와 함께하는데 반대하는 분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의원은 ‘고 전 총리와의 신당 창당을 위해 탈당할 열린우리당 의원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현재로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한편 안 의원은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임동원(林東源).신건(辛建) 두 전직 국정원장 구속과 관련해 “법무장관은 수사지휘권을 강정구 교수에게 사용할 게 아니라, 이번에 사용해서 불구속으로 기소를 했어야 했다”며 “소 잡는 칼을 닭 잡을 때 써버렸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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