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주정-폭행 20년 참았건만…남편 목졸라 살해

  • 입력 2005년 11월 17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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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 자신과 자녀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자녀들에게 먹일 돼지고기까지 술로 바꿔 마신 남편을 살해한 아내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청량리경찰서는 16일 남편 김모(48) 씨를 살해한 혐의로 이모(36)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15일 오전 1시경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3동 자택에서 줄넘기 줄로 술에 취해 귀가한 남편 김 씨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다.

경찰 조사에서 이 씨는 “남편이 아이들에게 먹이려고 사 둔 돼지고기 3근을 돈으로 바꿔 술을 사 마신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아들 김모(14) 군도 “아버지는 평소 돈이 떨어지면 집안 집기들과 음식을 술로 바꿔 마시고 가족들을 때렸다”며 “사건 당시에도 우리가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한 어머니가 아픈 몸으로 일해 사온 고기를 들고 나가 술을 사 마셨다”며 어머니 이 씨에 대해 선처를 호소했다.

1985년 남편 김 씨를 만난 이 씨는 알코올의존증세를 보인 김 씨에게 자주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또 이 씨는 보험 판매원이나 화장품, 건강식품 방문 판매원으로 일하며 남편과 세 자녀를 부양해 왔으나 7월 자궁암 수술을 받아 최근에는 20만 원인 월세도 내지 못할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답십리3동 동사무소 관계자는 “이 씨가 자궁암으로 일을 쉬면서 생활보호대상자로 등록돼 가구주인 남편 김 씨가 월 30만 원의 보조금을 받았지만 거의 모두 술값으로 써버렸으며 평소에도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렸다”고 밝혔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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