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자신을 배우는 일은 자신을 잊어버리는 것”

  • 입력 2005년 11월 17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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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옥 기자
김미옥 기자
“자기에게만 좋은 정진(精進)은 올바른 정진이 아닙니다. 이웃을 위해, 이웃에 유익한 정진을 하십시오.”

법정(法頂·사진) 스님은 16일 서울 성북구 성북2동 길상사에서 열린 동안거(冬安居·음력 10월 15일∼내년 1월 15일) 결제 법회에서 “내 정진이 이웃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잘 살펴 이웃에 회향(廻向·자신이 쌓은 공덕을 다른 이에게 돌려 줌)할 수 있는 정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 속의 초겨울 이야기를 시작으로 말문을 연 법정 스님은 “나뭇가지의 잎이 거의 다 떨어져 빈 가지만 남고, 하늘은 맑고 푸르며, 산이나 계곡이 그 본래의 모습을 다 드러내는 11월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달”이라며 “인디언들도 11월을 가리켜 ‘다 떠나간 것은 아닌 달’이라고 한다”고 소개했다.

법정 스님은 “옛 선사의 법어에 ‘불도(佛道)를 배우는 것은 자신을 배우는 일이며, 자신을 배우는 일은 자신을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했다”며 자신을 잊어버릴 때 모든 것은 비로소 자신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화두는 살아 있는 화두를 잡아야지 지금 와서 이미 관념화된 죽은 화두를 붙잡지 말라”며 “화두는 동네 시장,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정 스님은 이어 불교의 수행은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늘 있다며 금봉(錦峰) 스님이 해인사 조실로 계실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한 스님이 금봉 스님을 찾아가 화두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여쭙자 금봉 스님은 어떤 화두를 잡고 있느냐고 물었다는 것. 그 스님이 “본래의 나는 누구였는가?”라고 대답하자 금봉 스님은 큰 소리로 “지금 당장 그대는 누구인가?”라고 질책했다는 것이다. 이때 옆에서 듣고 있던 법정 스님 자신도 정신이 번쩍 들어 참선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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