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정상회의]“시민단체-정부 개입에 한국투자 꺼려”

  • 입력 2005년 11월 17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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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온 글로벌 CEO들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16일 부산시청에서 ‘APEC CEO 간담회’를 갖고 한국 정부의 규제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왼쪽부터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 상공회의소 부회장, 폴 제이콥스 퀄컴 사장, 빌 로즈 씨티그룹 수석부회장,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멕 휘트먼 이베이 사장, 데이비드 앤스티스 머크 사장. 부산=최재호기자
부산에 온 글로벌 CEO들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16일 부산시청에서 ‘APEC CEO 간담회’를 갖고 한국 정부의 규제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왼쪽부터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 상공회의소 부회장, 폴 제이콥스 퀄컴 사장, 빌 로즈 씨티그룹 수석부회장,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멕 휘트먼 이베이 사장, 데이비드 앤스티스 머크 사장. 부산=최재호기자

“국제적인 투자환경을 만들려면 한국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

부산 APEC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주요 최고경영자(CEO)들이 16일 한국 정부의 규제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멕 휘트먼 이베이 사장과 폴 제이콥스 퀄컴 사장, 빌 로즈 씨티그룹 수석부회장, 데이비드 앤스티스 머크 사장은 이날 투자환경설명회가 열리고 있는 부산시청에서 이희범(李熙範) 산업자원부 장관과 가진 ‘APEC CEO 간담회’에서 한국을 위한 충고를 쏟아놓았다.

○시민단체와 국회, 정부의 개입으로 투자 결정 어려워

제이콥스 사장은 “시민단체와 국회, 정부 등의 (시장) 개입으로 외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를 할지, 투자를 얼마나 더 확대할지에 대한 의사 결정이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통신기술 선택과 단말기 보조금 같은 문제는 시장에서 결정돼야 하는데도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머크의 앤스티스 사장은 “바이오 연구개발 성과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규제 개혁과 투명성 확보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불필요한 행정 절차 때문에 신제품 출시가 늦어지고 이 때문에 환자들이 신약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하고 시장에 대한 신뢰를 높이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사정책 투명성과 일관성 갖춰야

로즈 수석부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선 교육과 노동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며 “한국의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 추진을 위해선 외국인 투자 유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경제자유구역뿐 아니라 한국 전체가 더 국제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외국인투자가에 대한 세무조사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투자가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사문제 해결은 아주 중요하며 노사정책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휘트먼 사장은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한국의 벤처기업들이 적절한 투자 시기를 놓치면 글로벌 시장에서 존립 기반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며 “벤처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자금 및 세제 지원과 대기업의 지원이 적극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 유치 위해선 기업 친화적 정책 필요

이날 부산시청에서 열린 명사 초청 강연에서 도널드 존스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선 기업 친화적인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를 통한 번영과 달성-APEC/OECD 공동의 목표’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투자문제는 앞으로 OECD와 APEC 간 협력에서 중요한 부문”이라며 “투자가 세계화를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컬럼비아대 로버트 먼델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아시아는 역내 국가 간 정치와 안보 여건이 다른 데다 전쟁 위험까지 안고 있어 단일통화로의 통합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며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한 고정환율제 도입을 통해 환율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이베이 “한국에 亞太총괄 경영본부 설립”▼

세계적 전자상거래회사인 미국 이베이의 아시아태평양지역을 총괄하는 경영본부가 한국에 세워진다. 이베이는 한국에 아태지역 본부를 두는 22번째 다국적기업이 된다.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APEC 투자환경설명회에 참석 중인 멕 휘트먼 이베이 사장은 16일 부산시청에서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과 아태지역 총괄 경영본부 설립을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베이의 아태지역 총괄 경영본부는 2006년 1월까지 서울에 설립되며 이재현 이베이 아태 총괄대표가 운영을 맡는다. 휘트먼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경영본부를 두기로 결정한 데에는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이 가장 큰 시장이라는 점과 뛰어난 정보기술(IT) 환경, 일본과 중국을 잇는 지리적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e비지니스 시장이 현재 8조 원에서 2010년에는 19조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자부는 이베이의 아태지역 총괄 경영본부 유치로 한국 내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2010년까지 모두 1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장관은 “다국적기업의 본부나 연구개발(R&D)센터를 유치하는 것은 외국인 투자의 질적 고도화를 의미하며 이베이의 경영본부 유치는 경제적 의미도 크지만 한국이 e커머스의 세계적 메카가 된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부산=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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