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찮은 ‘오포 의혹’… 권력형 비리 번지나

  • 입력 2005년 11월 1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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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시, 경기도청, 건설교통부, 감사원, 청와대…. 광주시 오포읍 일대의 아파트 사업을 둘러싼 지구단위계획 수립 과정에서 이들 기관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대규모 개발이 불가능한 곳이 수천 가구의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는 택지지구로 바뀌는 과정에서 지역 국회의원과 시장, 전 경기도 정무부지사가 구속됐다.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의 연루 의혹도 제기됐다. 대체 이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개발 불가에서 개발 허용으로=포스코 건설은 2002년부터 오포읍 고산지구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포스코 건설은 건설 시행사인 정우건설에 지급 보증을 서 2002년 말부터 2003년 상반기까지 시중은행에서 무담보로 2000억 원을 빌릴 수 있도록 했다. 정우건설은 이 돈으로 고산지구 일대의 땅을 사들였다. 이 땅은 아파트 건설이 불가능한 곳. 따라서 아파트 개발이 가능하도록 우선 땅의 용도를 바꿔야 했다.

건교부는 2004년 5월 경기도가 “허가를 내줘야 하느냐”고 질의하자 ‘불가’ 의견을 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오염총량관리제가 도입된 광주시 지역은 20만 m² 이하 규모의 단일 지구단위 계획 수립이 가능한데, 정우건설의 지구단위계획은 법정 면적을 11만 m²나 넘어선 31만여 m²라는 것.

건교부는 5개월 뒤인 같은 해 10월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지구단위계획 수립 과정에 적용할 수 없다”며 입장을 바꿔 지구단위계획을 승인했다. 정우건설은 그해 12월 2050가구의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됐다. 이 기간에 감사원은 “법령을 부적절하게 해석했다”며 건교부 직원 3명의 문책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광주시는 오염총량 범위 이내인 8000가구 규모의 개발(2007년까지)이 이미 허용된 상태”라며 “난개발 소지가 없어진 만큼 지구단위계획을 우선 결정하고 향후 사업승인단계에서 적정 규모로 사업이 시행되게 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의혹이 집중되는 이 과정에서 공교롭게도 정찬용(鄭燦龍) 당시 대통령인사수석이 건교부에 직접 전화를 걸고 정우건설의 브로커 이모 씨를 건교부 담당 공무원에게 소개해 준 사실이 청와대 자체조사에서 밝혀졌다.

▽권력형 비리로 번질까=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朴英洙)는 2004년 11월부터 검사 3명, 수사관 20명을 투입해 1년 가까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발단은 LK건설이 오포읍 신현리 일대에서 건축 인허가를 받기 위해 지역 인사들에게 금품 로비를 했다는 첩보였다. 2004년 12월 당시 김용규(金容奎) 광주시장과 박혁규(朴赫圭·이상 한나라당) 의원, 광주시청 공무원 10여 명이 구속됐다.

검찰 수사는 올해 6월 박 전 의원의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첩보가 입수되면서 확대됐다. 박 전 의원이 오포읍 고산리(고산지구)에서 정우건설로부터 지구단위계획 변경 승인 청탁과 함께 2억50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것. 이달 4일엔 한현규(韓鉉珪) 전 경기도 정무부지사가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다음 주 고산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관여한 건교부와 감사원 실무자들을 불러 정 전 수석의 개입 여부 등 정관계 로비 의혹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그림으로 볼 때는 ‘권력형 비리’지만 물증이 확보되지 않으면 의혹만 무성했던 ‘행담도 사건’의 재탕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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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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