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가 코카콜라 이겼다…코카에 155억원 벌금 부과

  • 입력 2005년 11월 1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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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가 다른 가게에서 어떤 명령을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으나 내 구멍가게(one-room store)에서는 내가 주인이다. 어떤 콜라를 팔건 그건 내 마음이다.”

라켈 차베스 씨는 당당했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근교 빈민지역에서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49세의 억척 여성이다. 그런 ‘구멍가게 아줌마’가 세계적 기업인 코카콜라를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벌금액 사상 최고액인 6800만 달러(약 700억 원) 부과를 이끌어냈다.

15일 AP통신에 따르면 차베스 씨는 2003년 페루에서 막 수입되기 시작한 ‘빅 콜라’라는 이름의 콜라를 가게에서 팔고 있었다. 물론 코카콜라도 팔았다. 그때 코카콜라 판매상이 나타나 “당장 ‘빅 콜라’를 진열대에서 없애지 않으면 코카콜라를 넘겨주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차베스 씨는 ‘이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코카콜라를 연방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2개월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었다. 공교롭게도 비센테 폭스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 코카콜라 멕시코 현지법인 사장을 지낸 적이 있었다. 그녀는 참다못해 공정위를 직접 찾아가 “당신들은 뭘 하는 사람이냐. 코카콜라를 보호하는 사람이냐, 아니면 우리를 보호하는 사람이냐”고 따졌다. 비로소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됐다.

공정위는 이후 차베스 씨가 당한 것과 유사한 사례를 여럿 발견했고 ‘빅 콜라’ 측이 소송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심리가 진행됐다. 공정위는 약 2년 뒤인 7월 4일 비공개 회의에서 멕시코 내 15개 코카콜라 수입판매업체들이 이 사건과 관련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1500만 달러(약 155억 원)의 벌금을 납부할 것을 명령했다.

‘다윗’ 차베스 씨가 ‘골리앗’ 코카콜라를 이긴 것이다. 이 사건은 코카콜라 상대의 다른 반독점 소송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공정위는 8월 12일 펩시콜라가 코카콜라를 상대로 낸 반독점 소송에서도 멕시코 내 54개 코카콜라 판매업체에 대해 5300만 달러(약 545억 원)의 벌금을 내도록 결정했다.

이번 결정이 최종적인 것은 아니다. 코카콜라 측의 이의제기에 따라 재심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재심 후에는 법정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멕시코 국민들은 이번 결정만 해도 큰 변화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차베스 씨는 “내가 질 것으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멕시코에서는 늘 그랬으니까”라고 말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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