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어를 모르면 백악관 취재 꿈도 꾸지마!

  • 입력 2005년 11월 1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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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러(pooler)들이 그저께 밤 스티븐 해들리 보좌관과 대통령 전용기에서 개글(gaggle)을 했지만, 포터스(POTUS)는 못 만났더라고.’

미국 백악관 취재에 익숙해지려면 취재기자와 당국자 사이에 통하는 은어(隱語)를 알아야 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동행 취재 사흘째인 16일 일본 교토 웨스틴호텔의 기자실에서도 암호 같은 말들이 돌아다녔다.

‘풀러’는 기자단을 대신해 대표 취재에 나선 소수의 기자를 가리키는 말. 가끔 지면에도 등장하는 영어 표현이다. 그러나 여자들의 수다를 뜻하는 ‘gaggle’이나, ‘POTUS’에 이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gaggle은 백악관 대변인이나 고위인사가 방송 카메라의 전원을 끈 채 출입기자들에게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 POTUS는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의 약자다. 기자들이 대통령을 지칭할 때 쓰는 표현으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TV 드라마 ‘웨스트 윙’에 출연해 “직업란에는 POTUS라고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결국 서두에 인용한 알쏭달쏭한 말은 ‘일부 기자들이 전용기 안에서 해들리 보좌관에게서 동아시아 순방 브리핑을 받았지만 부시 대통령은 마주치지 못했다’는 의미였다.

15일 오후엔 한 방송기자가 백악관 공보실 직원에게 “이 호텔에 페블 비치(Pebble Beach)가 어디냐”고 묻는 것이 눈에 띄었다. 직역하면 ‘자갈 해변’이지만 샌프란시스코 외곽에 있는 세계 최고의 골프장 이름이다. 그러나 방송기자들은 백악관을 배경으로 삼아 뉴스를 녹화하기에 좋은 자리에 자갈이 깔려 있다는 이유로 그곳을 페블 비치라고 부른다. 호텔에서 방송의 배경으로 지정해 둔 곳이 어디인지를 물은 것이다.


교토=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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