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성주]공항검색대인지… 修能시험장인지…

  • 입력 2005년 11월 1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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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장은 공항 검색대를 방불하게 할 것 같다. 시험장에 휴대용 금속탐지기가 등장하고 수험생은 휴대전화와 시간 표시 외의 기능이 있는 시계는 물론 평소 사용하던 샤프펜슬도 카메라가 장착될 수 있다는 이유로 갖고 들어갈 수 없다.

수험생은 시험 도중 화장실에 갈 때도 복도의 감독관에게 금속탐지기로 몸수색을 받아야 한다. 화장실에서는 정해진 칸만 이용해야 한다.

지난해와 같은 휴대전화 부정행위와 대리시험을 이번에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의지가 읽힌다.

인터넷에는 이와 관련한 패러디 동영상이 나돌고 있다. 지문인식기가 수험생의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천장에서 감시카메라가 내려와 수험생을 감독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장비와 규제 없이는 부정행위를 잡을 수 없을까.

한 시험장에서 2명의 감독관이 28명의 학생을 감독한다. 감독관이 눈만 크게 뜬다면 대부분의 부정행위를 적발할 수 있다고 경험 많은 교사들은 설명한다.

지난해 광주 사건도 부정행위를 적발하고도 수험생의 앞날이 안쓰러워 모른 체하거나 고향 후배라는 이유로 대충 감독한 감독관의 책임이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금속탐지기 등을 이용한 하드웨어 위주의 해결책은 또 다른 시비를 낳을 수도 있다. 일부 금속탐지기는 진동 기능만 작동하지만 어떤 기기는 경보음과 진동 기능이 함께 있다. 감독관이 잘못 만지게 되면 시험장이 경보음으로 뒤덮일 수 있다. 듣기평가 시간에는 비행기도 뜨지 못하는데 엉뚱한 곳에서 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

어른들이 생각지도 못한 ‘고난도’ 부정행위 때문에 교육부가 ‘대테러’식 부정행위 대책을 마련해야만 하는 속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하드웨어만으로 부정행위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먼저 감독관이 공정한 파수꾼으로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평소 교육 현장에서 점수를 올리기 위해 양심을 속이는 것이 얼마나 나쁜지를 깨우쳐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다른 교육기관’인 가정에서 자녀에게 성적보다 양심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는 것도 공항검색대가 된 수험장을 일반 교실로 되돌리는 길이다.

이성주 교육생활부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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