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용서못해”

  • 입력 2005년 11월 1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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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적인 군대문화를 비판한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의 한 장면. 왼쪽이 영화에 직접 출연한 윤종빈 감독이다. 사진 제공 동숭아트센터
억압적인 군대문화를 비판한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의 한 장면. 왼쪽이 영화에 직접 출연한 윤종빈 감독이다. 사진 제공 동숭아트센터
억압적인 군대 문화를 비판한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의 개봉을 앞두고 육군 당국이 이 영화의 감독을 고소해 논란이 예상된다.

육군본부는 16일 “영화 제작에 필요한 군의 지원을 받기 위해 ‘군에서 만난 선후임병 간의 우정에 관한 영화’라는 허위 시나리오를 제시한 뒤 실제로는 억압된 군복무 생활로 후임병과 선임병이 잇달아 자살하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면서 이날 윤종빈(27) 감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장편 ‘용서받지 못한 자’는 올해 중앙대 영화학과를 졸업한 윤 감독의 졸업 작품. 지난해 10월과 11월 중 닷새에 걸쳐 경기도의 한 육군부대에서 내무반과 연병장 장면을 촬영했다. 획일화되고 강압적인 군대 문화를 비판한 이 영화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면서 관객상, 뉴커런츠 특별언급,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다. 작품성으로 주목받은 이 영화는 18일 전국 15개 극장에서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육군은 이에 앞서 윤 감독에게 △4개 중앙 일간지에 사과문 게재 △중앙대 총장 이름의 군에 대한 공식 사과문 △영화에 ‘이 영화는 육군 특정부대와 관계가 없다’는 자막 표시를 할 것 등을 요구했다. 3가지 조건 중 현재 자막 표시만 받아들여진 상태다. 윤 감독에 따르면 학교 측은 이 영화 촬영과정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학과장 명의로 사과문을 보냈으며, 사과문 게재는 비용문제로 감당할 수 없었다는 것.

윤 감독은 이날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군 기관의 허락을 얻어내는 과정에서 분명 옳지 않은 방법을 사용했음을 인정한다”며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인 처분이 결정된다면 기꺼이 받겠다. 영화가 군대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담았지만 요즘 시대 상황에서 군측도 이해하고 용인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며 “군에 너그러운 시각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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