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된 ‘감성 카피’…그녀들의 펜은 오늘도 쉬지 않는다

  • 입력 2005년 11월 1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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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도는 거야.’(LG싸이언)

‘사랑하는 이에게 당신의 능력을 보여 주세요.’(삼성카드).

‘발효과학은 진보합니다.’(위니아 만도 딤채)

귀에 익은 이들 카피는 여성 카피라이터들의 펜에서 태어났다. 감성이 풍부한 여성 소비자들의 심리는 같은 여성이 잘 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과 감성이 화두인 요즘 국내 광고업계에 여성 임원 파워가 거세다.

활약이 두드러진 여성들은 최인아(44) 제일기획 상무, 이지희(44) 웰콤 부사장, 김혜경(42) TBWA코리아 전문임원, 윤수영(40) 크리에이티브에어 상무 등.

40대 카피라이터라는 공통점을 지닌 이들은 20년 안팎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왕성하게 카피를 쓰며 ‘여성 광고임원 1세대’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 “필드는 나의 것”

2000년 삼성그룹 최초의 공채 출신 여성 임원으로 발탁된 최인아 상무는 제일기획의 글로벌 제작본부를 맡고 있다.

회사 경영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고 제작에만 전념한다. 잘 모르는 분야보다 줄곧 일해 잘할 수 있는 제작에 집중하는 것이 자신과 회사 모두에 득이 된다는 설명.

1990년대 초반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베스띠벨리)로 신세대 여성상을 널리 알린 이후 ‘알아요? 여왕은 부드러운 커피만 마시는 거?’(동서식품 맥심) 등 감성적 광고로 자주 화제를 모았다.

최 상무는 “예전에는 수백 개씩 카피를 써 놓고 골랐지만 전체 제작의 결정권을 가진 임원이 된 후에는 ‘이거다 싶은’ 방향으로 집중해서 쓰게 된다”고 했다.

웰콤의 이지희 부사장은 지난해 영화배우 김희애가 만화영화 ‘캔디’ 주제가를 부르며 남편을 위로하는 내용의 교보생명 ‘마음에 힘’ 시리즈를 총괄했다.

“영상보다 카피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믿는다”는 그는 여성 임원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으로 솔선수범 자세와 합리적 인간관계를 꼽는다.

그는 “남성 중심 사회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영업 일선의 여성 광고기획자(AE) 중에서도 앞으로 임원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 여성이 만드는 세상

TBWA코리아의 김혜경 전문임원은 “젊은 감각의 광고일수록 연륜과 경험을 갖춘 임원이 중심을 잡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어도 좋습니다’(SK텔레콤) 등을 쓴 그가 임원이 되기까지에는 남편과 시어머니의 협조가 든든한 힘이 됐다고.

AE로 일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다시 치러 수의사가 된 남편은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아내의 직장생활을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여든을 넘긴 시어머니는 현미밥과 조미료를 넣지 않은 나물반찬 도시락을 여태껏 손수 싸 주고 있을 정도다.

‘싸이언 아이디∼어!’ ‘사랑하면 도는 거야’ 등 LG싸이언 시리즈와 태평양 미장센의 ‘진주, 여자에게 더 이상 보석이 아니다’ 등 ‘톡톡 튀는’ 카피를 쓴 크리에이티브에어 윤수영 상무는 동료들에게 괴짜로 통한다.

세지 않은 술 실력으로도 끝까지 술자리를 지키는 데서 비롯된 별명. 평소 즐기는 청바지를 입고 출근했다가 갑자기 광고주를 만나게 될 때는 부하 직원의 ‘몸뻬’ 치마를 빌려 입을 정도로 소탈한 리더십을 가졌다는 평이다.

이 밖에 문애란(52) 웰콤 사장, 박현주(52) 상암커뮤니케이션 부회장, 정성이(43) 이노션 고문 등이 광고업계의 ‘여성 파워’를 뒷받침하고 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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