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푸틴, 20년 동지냐 40대 측근이냐

  • 입력 2005년 11월 1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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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지냐, 40대 핵심 측근이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 전격 단행한 개각으로 크렘린의 후계 구도가 가시화되고 있다.

차기 대권 후보 ‘0순위’로 꼽히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0) 제1부총리와 세르게이 이바노프(52)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다. 러시아 언론은 푸틴 대통령이 내년에 두 사람 중 1명을 총리로 임명해 후계자로 공식화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모스크바 카네기센터의 릴리아 셰프초바 박사의 말을 인용해 “그동안 2008년 임기가 끝나는 푸틴 대통령의 집권 연장 시도 가능성이 제기돼 왔으나 이번 개각으로 푸틴 대통령이 퇴진 결심을 보여 줬다”고 분석했다.

▽푸틴 친구인 안보통=이번 개각으로 국방장관과 부총리를 겸직하게 된 이바노프 부총리는 푸틴 대통령과 동향(상트페테르부르크)에 대학 동창(상트페테르부르크대)이며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에서 함께 일한 동료다.

KGB의 후신인 연방보안부(FSB)의 차장과 안보회의 서기를 거쳐 2001년 사상 처음으로 첫 민간인 국방장관이 돼 군 개혁을 주도해 왔다. 국가 안보를 중시하는 크렘린 내 ‘안보파’의 핵심. 푸틴 대통령의 신임과 군부, 공안기관, 군수산업계 등 보수 세력의 지원을 받고 있다.

강성 이미지도 있지만 KGB 시절 해외 근무 경험으로 영어도 잘하고 국제 정세에도 밝다는 평이다. 반면 대통령선거에 나설 경우 경제나 사회 분야는 잘 모르지 않느냐는 비판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푸틴의 오른팔인 개혁파=메드베데프 제1부총리 역시 푸틴 대통령과는 동향에다 대학 후배이기도 하다. 푸틴 대통령이 모교 부총장으로 있을 때는 법학부 교수를, 총리가 됐을 때는 내각사무차장으로, 대통령이 되자 크렘린 행정실장으로 옮겨 다니며 보좌해 온 핵심 측근이다.

메드베데프 부총리는 그동안 푸틴 정부의 각종 개혁 작업을 직접 설계하고 주도해 왔다. 이바노프 부총리가 이끄는 안보파와 대립하며 국가 안보보다는 국가 이익을 위한 실용 정책을 앞세운 개혁파의 중심 인물이었다.

지지 세력은 푸틴 정부에서 못 이룬 개혁을 이어받아 완성하기 위해 그가 후계자가 돼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크렘린 내 보수 세력은 그를 애송이라며 깎아내리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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