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많이 먹는 건물 아예 못 짓는다

  • 입력 2005년 11월 16일 03시 03분


코멘트
《2007년부터 대형 빌딩과 공공 건축물에 ‘에너지 소비 총량제’가 도입된다. 또 건축물 단열과 기계, 전기 설비 등의 에너지 절감 기준을 지금보다 10%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건설교통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15일 이런 내용의 ‘고유가 시대에 대응한 건물 부문 에너지 이용 합리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소비 총량제가 도입되면 총면적 1만 m²(약 3025평) 이상 대형 건물과 공공건물은 연간 에너지 사용량이 일정 수준 이하일 때만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건교부는 내년 8월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만든 뒤 관련 법령을 개정해 2007년부터 시행하면서 점차 대상 건물을 확대할 계획이다. 고유가가 장기화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후변화협약이 발효되면서 에너지 절감 필요성이 절실해진 데 따른 것이다.

○에너지 소비 적어야 건축 허가

에너지 소비 총량제는 건축물의 m²당 연간 에너지 소비량을 정해 이 기준에 맞춰 건물을 설계해야 건축 허가를 내주는 제도다. 일본 영국 독일 등지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

건설기술연구원은 내년 8월까지 건축물의 용도별, 설계특성별 표준건축물을 만들고 m²당 에너지 사용량을 측정해 각 건축물에 맞는 기준을 정할 방침이다.

우선 연면적 1만 m² 이상의 대형 건물과 정부청사 등 공공 건축물에만 적용하되 중장기적으로는 일반 건축물과 공동주택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건기연 이승언(李承彦) 건축연구부장은 “주택을 제외하고 면적 기준으로 1년에 평균 4000만∼5000만 m²의 건축물이 새로 지어진다”면서 “당장 에너지 총량제를 적용받는 대형 건축물은 이 가운데 5% 정도가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건기연은 건축 허가 때 에너지 절약 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건물도 현재 50채 이상의 공공주택 등 8종에서 연면적 1000m²(302.5평) 미만의 공공건물과 여객 터미널, 철도역사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할 방침이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 클릭후 새창으로 뜨는 이미지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 우측하단에 나타나는 를 클릭하시면 크게볼 수 있습니다.)


○에너지 절감 기술 개발 효과도

총량제는 건축물의 외벽, 지붕, 바닥, 전기·난방 설비 등 부문별로 각각 설계 기준이 정해져 있는 에너지 절약 설계 기준과 달리 건물 전체의 에너지 소비량을 규제한다.

건축물의 에너지 설계 기준이 현재보다 10% 강화되면 10년간 에너지 소비가 3조5000억 원 정도 절감된다고 건기연은 추정했다. 연간 3500억 원가량의 절감 효과를 거두는 셈.

총량제가 시행되면 또 신재생 에너지 등 신기술을 적용한 건축물 개발이 활기를 띠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건설 기술연구소 김용경(金容庚) 과장은 “에너지 소비 총량제가 도입되면 이에 맞춘 새로운 건축자재나 건축기법, 설계 등이 다양하게 개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술은 이미 확보, 실용화가 문제

건설업계도 고유가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건축물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림산업이 국내외 에너지 관련 기업과 함께 개발한 ‘3L 하우스’.

다음 달 경기 용인시 대림산업연수원에 준공될 이 주택은 지열과 태양열로 난방을 하고 수소전지를 설치해 전기를 얻으며 수소전지의 폐열을 이용해 급탕을 하도록 설계됐다. 기름이나 전기 이용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의 일종이다.

3L 하우스라는 이름도 연면적 42평, 2층 규모인 이 집에서 1m²를 1년간 냉난방하는 데 사용되는 기름의 양이 3L 정도에 불과하다고 해서 붙여졌다. 일반적인 국내 주택의 m²당 연간 기름 사용량 17.5L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6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다만 아직 건축 비용이 많이 드는 게 단점이다. 따라서 일반인에게 널리 보급하려면 정부 보조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3L 하우스를 짓는 데는 수소전지 제조 및 설치 비용 2억5000만 원을 포함해 모두 6억875만 원이 들었다. 같은 규모의 일반 주택에 비해 3배 이상 비싸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상동(朴相東) 그린빌딩사업단장은 “지난해 에너지 절약 기술 개발에 13억 원을 썼지만 실용화 연구에는 정부 지원이 없었다”며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실용화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절약 설계기준 강화 방안 주요 내용
항목주요 내용
창호 단열성능-외부 공기에 노출된 창호의 열 통과율 기준 상향 조정
=현행: 3.84W/m²K→강화안: 주택 3.0W/m²K, 기타 건물 3.2W/m²K
-두께 24∼28mm의 복층 유리 또는 저에너지 손실 유리(일명 ‘로이유리’) 사용 의무화 추진
창호 기밀(氣密)기준-현재 기준 없으며 신설되는 규정
-기밀성 10등급(시간당 창호 1m²에서 빠져나가는 바람의 양이 10m³ 정도) 이상 창호 설치 의무화 추진
발코니 단열-발코니 개조 시 단열 기준 추가 검토
에너지절약계획서의무대상-에너지 절약 계획서 제출 의무화 대상 확대
=현행: 일정 규모 이상의 사무시설, 판매시설, 숙박시설, 목욕시설, 관람시설, 병원, 학교, 공동주택 등 8종→강화안: 식당 등 요식업시설, 찜질방, 위락시설, 여객터미널 등 다중 이용 시설물 추가 추진
1W/㎡K=온도가 1도 높아질 때마다 유리창 1㎡에서 외부로 빠져나가는 열량 단위.자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