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부터 손녀까지…보험 사기 ‘무서운 가족’

  • 입력 2005년 11월 1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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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또는 친구들과 짜고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거나 교통사고를 당한 것처럼 위장해 수십억 원의 보험금을 타낸 보험사기단 8개 조직 114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전북 임실경찰서는 15일 일가족 보험사기단 주범 임모(63) 씨 등 10명에 대해 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김모(41) 씨 등 9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달아난 최모(28) 씨 등 9명을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1999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북 전주 군산 익산 부안 등지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것처럼 속여 병원에 입원한 뒤 28개 보험사로부터 269차례에 걸쳐 치료비와 합의금 명목으로 25억여 원을 챙긴 혐의다.

조사 결과 이들은 각자 5, 6개의 보장성이 높은 보험에 가입한 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일당 가운데 한 명을 목격자로 내세워 상대방이 잘못해 접촉사고가 난 것처럼 우기거나 뺑소니 접촉사고를 당한 것처럼 경찰에 허위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적발된 114명 중에는 전 현직 보험설계사, 차량 정비센터 운영자, 대학생, 화가, 사회봉사단체 간부 등 사회 각계각층이 망라돼 있다.

보험설계사 임 씨는 1999년부터 최근까지 남편과 아들, 딸, 손자, 손녀 등 9명을 동원해 차량통행이 드문 전주시의 한적한 도로에서 승합차를 타고 가다 전봇대를 들이받거나 논두렁에 빠지는 등 26차례에 걸쳐 고의로 사고를 냈다.

임 씨 가족은 사고 직후 병원에 입원해 4억여 원의 보험금을 챙겼으며 병원에서 퇴원을 권유하면 벽에 머리를 부딪치는 등 자해를 해 최장 100일까지 입원한 적도 있다.

특히 5, 6세짜리 손자와 손녀를 입원치료비를 주는 어린이 상해보험에 가입시킨 뒤 겨울철에 찬물로 목욕을 시켜 억지로 감기에 걸리게 한 뒤 병원에 입원시켜 보험금을 챙기기도 했다.

이들은 고의로 사고를 낸 뒤 동물을 피하려다 일어난 사고라고 우기거나 최소한 3주 이상의 진단서를 받으라고 하는 등 일종의 행동 요령과 경찰 조사 대응 요령을 만들고 이에 따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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