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공장 지으세요? 길 뚫어드립니다”

  • 입력 2005년 11월 1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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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가 곧 기업경쟁력.’

지난달 31일 경기 안성시 공도읍 상용두리에서는 주민과 인근 기업인 2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조촐한 잔치가 열렸다. 마을 입구에서 53개 공장이 모여 있는 공도기업단지까지 1.9km 구간의 도로 폭이 3m에서 10m로 확대 포장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먼 길을 돌아 우회하던 트레일러가 드나들게 됐고 신호등, 가드레일 설치로 주민들의 교통 불안도 말끔히 가셨다.

기업체 관계자는 “폭이 좁은 데다 굴곡이 심해 공장을 오가는 화물차량 진입이 어려웠는데 시원스레 뚫린 도로를 보니 체증이 다 내려가는 기분”이라며 반겼다.

경기도가 ‘기업하기 좋은 경기도 만들기’의 일환으로 무료로 도로를 개설해 주는 ‘기업 도로환경 조성사업’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7개 도로를 개설한 데 이어 현재 7개 도로를 추가 건설 중이다. 연간 100억 원가량이 투입됐다.

도 관계자는 “도로 여건이 좋지 않아 기업 활동에 애를 먹고 이 때문에 중국이나 지방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기업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도로 개설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도로가 불량률도 줄인다=화성시 팔탄면 가재리공단(15개 업체)은 지난해 초 기존 진입로로 사용해 왔던 사유지가 주인이 바뀌면서 폐쇄돼 당장 수출 중단 등의 차질이 빚어졌다. 어려움을 전해 들은 도는 42억 원을 들여 1년간에 걸쳐 올해 3월 기존 논밭에 새로운 진입로(폭 11m, 길이 900m)를 뚫었다.

기업체들은 “기업들이 나서서 도로를 개설하려면 3, 4년도 부족했을 것”이라며 “이후 제품 불량률이 크게 줄었고 수출 물량이 40%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보은 효과=자동차 첨단부품 생산업체인 미국 델파이 사(용인시 마북동)는 도로 개통의 은혜에 보답한 경우. 델파이 사가 200억 원을 들여 연구소 건립에 들어갔으나 정작 진입로를 확보하지 못하자 도가 직접 땅을 사서 해결해 줬다. 델파이 미국 본사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2200만 달러의 추가 투자를 통보했다.

이 밖에 화성시 장덕동 현대자동차 기술연구소의 경우 진입로 체증으로 평소 50여 분 걸리던 출퇴근길이 우회도로 덕분에 10여 분 줄어들었다. 또 경부고속도로 기흥 톨게이트 부스 2개를 확장해 삼성반도체와 협력업체의 물류 수송과 출퇴근 시간이 크게 개선됐다.

도는 앞으로 경기개발연구원에 용역을 맡겨 세부적인 지원 기준을 마련해 진입로 개설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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