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75>韋(에워쌀·다룸가죽 위)

  • 입력 2005년 11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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韋는 갑골문에서 성(국·국·위)을 두 발(舛·천)로 ‘에워싼’ 모습이다. 간혹 발이 셋이나 넷으로 표현되기도 했으며, 성곽은 네모가 아닌 둥글게 표현되기도 했지만 의미는 같다. 그래서 韋는 ‘에워싸다’가 원래 뜻이고, 각각 반대 방향에서 포위한다는 뜻에서 ‘背馳(배치)되다’의 뜻도 가지게 되었다.

이후 韋가 무두질을 거친 가죽이라는 뜻으로 가차되자, 원래의 뜻은 각기 성곽(국)을 더한 圍(에워쌀 위), 그러한 동작(착·착)을 강조한 違(어길 위), 그런 행위(行·행)를 강조한 衛(지킬 위) 등으로 분화했다.

먼저, 원래의 성을 포위한 모습에서 ‘에워쌈’이나 ‘둥글다’는 뜻을 가지는 경우로, 이 경우에는 주로 소리부까지 겸한다. 예컨대, 위(휘장 위)는 둥글게 ‘에워싸도록’ 베(巾·건)로 만든 ‘휘장’을, 위(물돌아 흐를 위)는 어떤 곳을 ‘휘감아’ 도는 물(水·수)을, 暐(햇빛 위)는 태양(日·일)을 주위로 화려하게 빛나는 ‘햇빛’을, 위(빨강 위)는 햇빛처럼 태양 주위로 ‘붉게’ 빛나는 모습을, 瑋(옥 이름 위)는 ‘둥글게’ 생긴 옥(玉)을 말한다.

그런가 하면 韓(나라 이름 한)은 원래 (간,한)(담 곁 기둥 간)과 같은 글자인데, (간,한)은 木(나무 목)과 나머지의 깃대를 그린 부분으로 구성되어, 황토를 다져 담을 쌓을 때 황토가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담 곁에 대는 큰 나무’를 의미했다. 이후 (간,한)을 구성하는 木이 황토를 나무로 ‘에워싸’ 다져서 쌓는 중국 전통의 담 쌓기 방식을 강조하기 위해 韋로 바뀌어 韓이 되었다.

둘째, 가차 의미인 ‘가죽’과 관련된 뜻을 가지는 경우로, Q(슬갑 불)은 옛날 바지 위에 껴입는 예복으로 무릎까지 닿는 ‘가죽 옷’을, P(버선 말)은 가죽으로 만든 버선을 말하며, 온(감출 온)은 따뜻하도록(온·온) 가죽(韋) 속에 ‘넣다’는 뜻이다.

또 韜(감출 도)는 움푹 들어가(O·요) 무기를 넣는 가죽(韋)으로 만든 활집이나 칼집을 말하는데, 무기를 넣는다는 뜻에서 ‘병법’의 뜻이, ‘감추다’는 뜻에서 ‘비법’의 뜻까지 나왔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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