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비판언론 인터뷰 금지는 자위권?

  • 입력 2005년 11월 15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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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동아일보자료사진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
동아일보자료사진
조기숙(趙己淑·사진) 대통령 홍보수석은 비판언론에 공직자들의 기고·인터뷰를 금지한 이른바 ‘홍보 기준’과 관련해 “정무직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위권”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동아일보는 ‘10·26재선거 이후 정국에 대한 주요 정치인의 연쇄 인터뷰’를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조선일보에 기고한 조영택(趙泳澤) 국무조정실장, 조창현(趙昌鉉) 중앙인사위원장과 인터뷰에 응한 유홍준(兪弘濬) 문화재청장에 대해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논란이 끊이지 않자 조 수석은 15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마련된 자신의 블로그에 입장을 정리해 올린 것.

∇“왜곡 언론에 ‘인격적 죽임’ 당했다”∇

조 수석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페어플레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인간 조기숙은 (언론에 의해) 악의적인 인격적 죽임을 당했다”며 “김병준(金秉準) 정책실장의 ‘오해와 억측’이란 글을 읽고, 어쩜 나와 이렇게 심정이 똑같은가 싶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말했다.

‘오해와 억측’은 김 정책실장이 지난 11일 ‘청와대 브리핑’에 기고한 글로 “국가지도자들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언론의 보도로 인격적인 죽음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조 수석은 “노무현 대통령 편에 서는 순간부터 일부 언론들이 저를 일그러진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며 “20년 넘게 ‘민심이 천심’임을 공부해온 내게 하루아침에 ‘국민을 모독하고 무시한 몰상식한 사람’이란 딱지가 붙여졌다”고 말했다.

또한 조 수석은 “일부 언론들이 대통령이 ‘잘 다녀오라. 일주일은 나라가 조용하겠다’고 농담한 부분만 따서 대통령에게 질책을 받은 것처럼 보도했다”면서 “서부개척시대 무법천지에서 결투를 할 때에도 뒤에서 총을 쏘는 일은 없었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공무원 보호 위해 일부언론 접촉 규제”∇

이어서 조 수석은 “이처럼 정부 인사들이 언론으로부터 정신적, 인격적 공격을 당하고 있다”며 “이런 환경 속에서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악의적 왜곡을 일삼는 언론과의 접촉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길 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그것이 바로 일반적 취재 협조 이외에 (인터뷰나 기고 같은)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라며 “참여정부의 홍보수석으로서 정무직 공무원들에게 정부의 정책홍보기준을 권고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러한 조사조차도 성가시게 느끼는 정무직에게는 항상 ‘자유로운 선택의 길’이 열려 있기에 인권침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즉, 정부 홍보 기준을 따를지, 아니면 그만두고 나갈지에 대한 선택권을 줬다는 뜻.

조 수석은 ‘조 수석이 정무직 공무원이 홍보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 (그만두고)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는 미디어오늘의 보도를 인용해 자신을 비판한 조선일보에 대해서도 “선동을 그만두라”고 주장했다.

그는 “차관급인 홍보수석이 직급이 높은 장관에게 나가라 했다고 해석하는 언론이 있다”며 “말단 교통순경도 교통위반을 한 대통령에게 범칙금 청구서를 발부할 수 있는 것처럼, 홍보수석실에서도 정무직 공무원이 정부의 권장 사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 배경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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