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리 판]김치파동 매운맛 본 韓中관계

  • 입력 2005년 11월 15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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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파만파로 번진 한중(韓中) 김치 파동을 보면서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한 중국인으로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이번 김치 파동은 ‘제 발등 찍기(搬起石頭N自己的脚)’라는 양국의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이 먼저 중국산 김치에 시위를 당겼지만 날아간 화살은 부메랑이 되어 결국 자신까지 쏜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이번 김치 파동으로 양국의 김치는 국제시장에서 품질을 의심받고 제3국의 위생검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로 전락해 버렸다. 결국 국민의 건강권을 수호하기는커녕 쌍방이 모두 상처를 입고 패배한 것이다.

김치 파동이 터지는 바람에 양국은 무역 충돌의 조짐까지 보였다. 중국의 검역 당국은 한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나왔다고 발표한 후 수입 중단 등 대응을 했다. 양국 모두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는 한국이나 중국 모두에 책임이 있다.

다시는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이런 일은 공식 발표에 앞서 신중한 사전 조사와 아울러 외교적 파문까지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했다. 특히 서로 자존심을 불필요하게 건드리는 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이렇게 했다면 적어도 국제적인 망신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이번 파동은 중국 상품에 대한 한국인의 선입견이 장기간 누적되어 터진 것으로,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한국인 머릿속에는 무의식적으로 중국산 제품은 신뢰하기 힘든 싸구려 상품으로 인식돼 있다. 특히 농수산물과 관련해서는 이런 인식이 더욱 팽배하다. 김치 파동이 증폭된 데는 중국산이라면 반사적으로 나오는 한국인의 이 같은 태도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이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사실 중국 상품의 품질은 천차만별이다. ‘싼 게 비지떡(一分錢一分貨)’이라는 양국의 속담처럼 같은 중국산이라도 가격이나 조건에 따라 품질은 얼마든지 달라진다. 일본에 수출하는 공장에서 만든 김치는 안전하고 한국에 수출하는 공장의 김치에는 문제가 발생하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가 터졌을 때는 원료부터 제조 과정, 유통, 수입 경로 등 상품의 생산 및 유통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찬찬히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 문제의 책임을 무조건 원산지로 돌리는 것은 문제를 호도하고 문제의 해결을 지연시킬 수 있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일부 한국인은 중국 상품이 물밀 듯 들어올 것을 우려하지만 한국이 중국과의 교역에서 지난해 말까지 거둔 무역흑자는 1314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은 이런 한국이 무역 총액에서 비중이 얼마 되지도 않는 중국산 농산물에 대해 지나치게 흠잡는 자세를 보이는 데 불만이 적지 않다.

한국과 중국은 벌써 수교한 지 13년이 지났다. 한중 양국은 전통적인 선린국가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이해공동체가 돼 가고 있다. 한쪽이 잘되면 다른 쪽도 혜택을 보지만, 한쪽이 잘못되면 다른 쪽도 커다란 손실을 보는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 양국의 관계가 밀접해질수록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문제를 감정적으로 대하다 보면 결과는 이번 김치 파동에서 볼 수 있듯 쌍방 모두에 득보다는 실을 더 많이 가져다줄 것이다. 김치 파동이 재연되지 않기 위해서는 한중 쌍방이 상대방을 먼저 신뢰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

리 판 강남대 교수·중국어문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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