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박화서]외국인정책, 佛 소요사태 교훈삼기를

  • 입력 2005년 11월 15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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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로 이민이 일어나고 있어서 ‘이민의 시대’라고 불린다. 유엔 통계로 출생지 밖에서 사는 인구는 1억2000만 명을 상회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거나 이민으로 이뤄진 나라들은 1960년대부터 정부 차원에서 ‘다문화사회’를 지향하고 타민족을 끌어안는 노력을 해 왔다. 한때 그들은 이민자들이 거주국의 언어와 문화를 체득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민 1세대보다는 2세대에게 사회 통합의 기대를 걸어 왔다. 하지만 영국 런던 테러 및 최근의 프랑스 소요사태를 통해 2, 3세대가 오히려 소요의 중심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실 이것은 예견된 결과이다. 이민 1세대가 겪는 어려움이 비자 언어 직업 같은 생존 관련이라면 2세대는 ‘나는 누구인가’하는 정체성 문제이기 때문이다. 2, 3세대처럼 거주국의 문화와 언어를 체득한 경우 1세대와는 달리 역사의식 민족의식 자부심 소명감 같은 정체성에 대한 욕구가 발생하지만 충족되지 않아 소외감과 좌절이 훨씬 커지는 것이다.

유럽은 이민 2, 3세대의 잠재적 폭력에 대한 대처 수단으로 극약 처방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는 국가 안보 목적으로 미성년자 외국인 2, 3세대의 동향을 무작위적으로 수집하여 관리하고 있다. 이는 ‘나치식 인권침해’라고 비난받고 있지만 그 현실적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받아들인 지 벌써 15년이 되었다. 우리 국민의 3D업종 기피로 인한 노동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방편이었다. 현재 한국에서는 세계에서 유례없이 급속한 고령화(高齡化)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 유입 속도도 날로 가속될 것이다. 여기다 요즘은 동남아 출신 신부(新婦) 수입도 매우 활발하다.

외국인 노동자 자녀 또는 외국인과 내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2세들이 벌써 10대가 되었다. 그러나 그들을 수용할 아무런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그들은 살아만 있을 뿐 투명인간과 같이 살고 있다. 공식적으로 수집된 통계조차 없지만 학교장의 재량에 의해 학교에 다니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자녀들의 추정치는 작년에 1900명을 상회했다. 그러나 실제는 훨씬 많다. 그들은 상급학교 진학 기회도 공식적으로 없다. 졸업 후 진로는 더욱 암울하다.

어느 나라건 불법 체류자에 대한 조치는 점점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 부모의 결정 때문에 고통스러운 생활을 해야 하는 그들의 미성년 자녀들은 원칙적으로 출입국관리 문제로보다는 ‘인권’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외국인 정책의 틀 안에서 법치주의를 고수하면서 한편으로는 외국인 미성년자 자녀들을 보호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현실적 행정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그들이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동안에는 우리와 같은 주민이다. 그들을 껴안아서 우리의 인적 자원으로 키우는 것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그리고 지자체 차원에서 그것을 담당할 수 있는 외국인행정 전문인을 양성해야 한다. 한시가 급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 문제는 우리의 아픔으로 폭발할지 모른다.

박화서 명지대 교수 이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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