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포털서 정책 일방홍보

  • 입력 2005년 11월 15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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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자체 제작한 기사를 무료로 공급한다. 정부가 별도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정책을 홍보한 적은 있지만 일반 포털사이트에 직접 뉴스를 제공하기는 처음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국민의 쌍방향 의사소통이 확대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언론의 여과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홍보한다는 지적도 있다.

공정위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파란닷컴에 별도의 섹션(news.paran.com/ftc)을 열어 15일부터 업무 관련 뉴스나 정책 정보를 제공한다고 14일 밝혔다.

정부 홍보 업무를 총괄하는 국정홍보처는 공정위의 조치에 대해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정위의 실험을 지켜보면서 다른 부처가 뒤따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정부 부처가 언론사처럼 정보제공자(CP) 역할을 한다는 의미”라며 “보도자료는 물론 자체 제작한 기사와 기획물 등을 실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정홍보처의 ‘국정브리핑’에서도 대국민 홍보를 하고 있지만 공정위가 보낸 자료가 모두 소화되지 않기 때문에 포털사이트와 업무제휴를 체결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동국대 김무곤(金武坤·신문방송학) 교수는 “정부가 언론과 갈등을 겪으면서 국민에게 적극적인 홍보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 같다”며 “국민과 쌍방향 의사소통 창구를 확대했다는 점은 인정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포털사이트에 정부가 직접 기사를 제공하는 것은 각 부처가 언론매체를 소유하는 것과 다름없어 언론의 비판 기능이나 여과 기능이 무력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림대 유재천(劉載天·신문방송학) 교수는 “정부가 특정 포털사이트를 통해 기사를 공급하는 것은 관영매체를 갖고 있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기사를 걸러주는 기능이 빈약해 일반 독자에게 정책이 여과 없이 전달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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