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터넷 전용펀드 추진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 입력 2005년 11월 15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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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환 기자
홍진환 기자
“미래에셋그룹은 금융산업 분야의 ‘신세계’를 지향합니다. 궁극적으론 글로벌 금융그룹이 돼야죠.” 박현주(47) 미래에셋 회장이 요즘 골몰하고 있는 두 가지다.

국내 펀드 유통의 최강자가 되는 일과 해외 진출을 통해 아시아권 최고의 금융그룹이 되는 것. 유통의 최강자가 되기 위해 박 회장은 인터넷 펀드 판매를 올해 말부터 시작하고 최근 인수한 미래에셋생명의 보험설계사 5000여 명을 종합 재무자산 컨설턴트로 만들겠다고 했다.

박 회장은 “금융 소비자도 앞으로 세분화할 것”이라며 “신세계처럼 우리도 금융부문에서 백화점과 할인점을 동시에 성공시키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그룹 산하 3개 자산운용사가 올해 들어 주식형 펀드로 유입된 돈의 35%가량을 싹쓸이한 바탕에는 은행권의 판매망이 있다. 제조회사에서 유통회사로 변신하려면 이 부분이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은행과의 공생 관계는 계속 이어갈 겁니다. 인터넷에서는 설계가 복잡하지 않아 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 상품으로 한정할 계획이죠.”

박 회장은 돈에 관한 한 비상한 ‘머리’를 가졌다는 말을 듣는다.

1997년 미래에셋캐피탈을 설립한 직후 외환위기로 주가가 폭락하자 주가지수선물에 투자해 돈을 벌었다. 1998년 말 나온 ‘박현주 펀드’는 약 100%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듬해 나온 2호 펀드는 원금을 까먹긴 했지만 종합주가지수(현 코스피지수)보다는 수익률이 10%포인트가량 높았다. 자본금 100억 원에서 출발한 회사는 현재 9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했다.

“당시는 모든 펀드가 한 해가 지나면 청산해야 하는 구조였죠. 요즘처럼 장기로 운영했다면 결국은 수익이 났을 겁니다.”

박 회장은 은퇴에 대해 여러 번 말했다.

“5년 안에 국내에서는 손을 떼고 해외에만 몰두하고 싶습니다. 인사이트(통찰력)가 사라지면 모든 일에서 손을 떼야지요.”

그는 은퇴하기 전에 강력한 세계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요즘 그는 홍콩, 싱가포르에서 거의 생활하다시피 한다.

박 회장은 “금융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아시아 시장은 서양이 아니라 우리가 강자가 될 수 있다”며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 충돌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한 가지 걸리는 건 우리 국민이 외국어에 취약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초등학생 때부터 영어, 중국어 교육을 의무화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박 회장은 “앞으로 10년간 300억 원을 아시아 무대에서 활동하는 증권업계의 꿈나무에 투자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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