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검찰소환 임박]‘X파일’ 불법자금 제공의혹 밝혀질까

  • 입력 2005년 11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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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달 참 어려웠다”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12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정치권과 관계에 정치자금 또는 떡값을 제공했다는 국가안전기획부의 X파일 내용과 관련해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당했다. 김미옥 기자
“지난 몇달 참 어려웠다”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12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정치권과 관계에 정치자금 또는 떡값을 제공했다는 국가안전기획부의 X파일 내용과 관련해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당했다. 김미옥 기자
1997년 대통령선거 전 삼성그룹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홍석현(洪錫炫) 전 주미대사가 12일 귀국하자 검찰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사건의 열쇠를 쥔 홍 전 대사의 귀국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안기부 X파일’에 포함된 삼성그룹의 불법 자금 제공 의혹이 명쾌하게 규명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홍 전 대사를 둘러싼 핵심 의혹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그룹이 여야 대선 후보 측에 수십억 원대의 불법 자금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돈 전달 역할을 했느냐는 것이다.

참여연대가 고발 근거로 삼은 도청 테이프는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었던 홍 전 대사가 이학수(李鶴洙)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돈 제공 문제를 논의하는 대화를 담고 있다.

홍 전 대사가 당시 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30억 원을 가로챘다는 의혹도 조사 대상. 검찰은 1999년 홍 전 대사가 대주주로 있던 보광그룹 탈세사건을 수사하면서 이런 사실을 파악했지만 ‘친족간 재산범죄는 친고죄’라는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은 그동안 도청 테이프의 불법 증거 활용 시비를 피하기 위해 우회로를 택해 수사 단서를 축적해 왔다. 삼성그룹의 기아차 인수 로비 의혹의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5000만 원 이상 뇌물죄의 공소시효(10년)가 남아 있어 검찰의 추궁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홍 전 대사가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홍 전 대사가 의혹을 시인할 가능성이 낮은 데다 뇌물죄의 경우 대가성 입증에 필요한 물증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지금법 위반죄는 공소시효(3년)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홍 전 대사의 소환은 도청 사건의 마무리 국면에서 검찰이 참여연대의 고발 사건을 처리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 洪 前대사 입국 표정

홍석현 전 대사는 당초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미국 뉴욕을 출발해 일본 하네다 공항을 거쳐 12일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홍 전 대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12일 오후 2시 반. 비행기와 연결된 게이트를 빠져나온 홍 전 대사는 20여 명의 기자와 마주했다.

홍 전 대사는 웃는 얼굴로 “여러 가지 일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며 “저도 지난 몇 달간 참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의혹에 대해 “이번 주 검찰에 나가 상세히 진술하겠다.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홍 전 대사는 “도청 사건이 원만하게 정리되면서 우리 사회가 과거를 딛고 밝고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밑거름이 된다면 개인적인 아픔과 시련도 보상 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한 뒤 공항을 빠져나갔다.

김포공항 입국장 밖에서는 홍 전 대사를 취재하려는 언론사 기자들과 홍 전 대사의 경호원, 경찰 등이 뒤엉키면서 한때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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