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형준]준비 안된 APEC 행사 진행

  • 입력 2005년 11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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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200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 주말 부산에 도착한 기자는 초장부터 주최 측의 미숙한 업무처리 때문에 애를 먹었다.

기자가 13일 오전 8시 20분 최종고위관리회의(CSOM)를 취재하기 위해 벡스코 3층 행사장을 찾았을 때 한 행사 진행요원은 “이틀 전에 풀(POOL·공동취재) 기자로 신청한 기자에 한해 선착순 30명만 입장할 수 있다”며 입장을 막았다.

‘그럼 풀 기자가 찍은 회의 화면을 어디에서 볼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1층 종합안내데스크에 물어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합안내데스크에선 벡스코 1층 ‘풀 사무실’로 가야 한다고 했고, 풀 사무실에선 “자료 화면과 내용을 구하려면 자료 배포실로 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료 배포실에선 “KBS가 주간 방송사다. KBS의 자료 화면은 예약 데스크로 가면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고, 예약 데스크에선 “이곳은 위성을 송출하고 방송용 테이프를 복사해 판매하는 곳이다. CSOM 풀 화면을 보려면 기획단 사무실로 가라”고 말했다.

지친 발을 이끌고 기획단 사무실로 갔더니 “풀과 관련해서는 풀 사무실로 가라”고 답변했다. 이미 들른 곳을 다시 가보라니…. 어처구니가 없어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하자 조원형 APEC 정상회의 준비기획단 홍보부장이 나와 “KBS가 CSOM을 찍고 편집이 끝나면 벡스코 내에 설치된 행사안내 화면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 바로 그 순간 화면에서 CSOM 장면이 나왔다.

벡스코 내에는 안내 데스크 3곳 외에 미디어 관련 지원실이 5, 6곳 있다. 모두 웃는 얼굴로 친절히 안내한다. 이들 중에는 아르바이트생도 있고 문화관광부 등에서 파견 나온 정부 공무원도 있다. 문제는 이들이 제대로 업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업무 파악엔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어디 하루 이틀 준비해 온 행사인가. 이런 일로 미루어 국제적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는 대규모 행사 준비에 허점이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번 행사가 부디 성공할 수 있도록 주최 측이 미비점을 보완하는 데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부산에서>

박형준 정치부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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