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TV영화/13일]‘빌리 엘리어트’ 외

  • 입력 2005년 11월 1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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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엘리어트’
‘빌리 엘리어트’
◆빌리 엘리어트〈KBS 1 밤 12:00〉

영국 탄광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키친 싱크 무비’의 계보에 맞닿아 있다. 영화는 ‘풀 몬티’ ‘브래스드 오프’처럼 위기에 처한 탄광의 현실에서부터 시작한다.

‘빌리 엘리어트’가 앞의 작품들과 구분되는 점은 쇠락해 가는 참혹한 현실에서 빛나는 보석과 같은 아이의 미래를 발견한다는 점이다. 그 보석이 바로 ‘빌리’다. 빌리는 흙덩이 속에서 만들어지는 다이아몬드처럼 탄광의 먼지 속에서 뛰어난 발레리노로 성장한다.

탄광의 현실을 그린다는 점 이외에도 ‘빌리 엘리어트’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볼 만한 문제를 보여 준다.

이를테면 영화는 남성과 여성에게 기대되는 편견에 가까운 성역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담배와 술을 마시면서 남성다운 것을 강조하는 탄광 남자들의 분위기는 실상 남성성에 대한 평범한 시선과 다르지 않다. 권투 글러브는 어깨에 메고 다니지만 발레 슈즈는 침대 매트리스 속 깊이 숨기는 빌리의 행동이 이를 잘 보여 준다. 남자가 할 짓이 아니라면서 빌리를 윽박지르는 가족의 순진한 걱정은 영국처럼 먼 그곳이나 이곳이나 남녀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얼마나 확고한 것인지 알게 해준다. 말끝마다 ‘블러디(Bloody)’를 붙인다거나 선뜻 말하기보다 망설이는 어법은 영국식 드라마의 전형적 재미를 선사해 준다.

빌리가 왕립학교에서 편지를 받고, 마지막 춤을 선보이기까지 관객을 애타게 했던 긴장은 백조가 되어 무대 위에 오른 빌리 덕분에 카타르시스에 가까운 만족감으로 다가온다.

★★★☆

◆악의 손길〈EBS 오후 1:50〉

누아르 영화의 또 다른 대표작, 오손 웰스의 작품으로 초반 3분의 롱 테이크 장면은 거의 신화에 가깝다. 멕시코와 미국의 경계 지역의 긴장감을 도덕적 모호함과 혼란으로 묘사한 솜씨가 빼어나다. 찰턴 헤스턴이나 재닛 리와 같은 배우들이 일단 눈에 띄지만 황폐한 형사 행크 퀸란을 연기하는 오손 웰스 감독 자체가 더 인상적이다. 웰스의 뮤즈 마를렌 디트리히가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의 쓸쓸함도 기억할 만하다.

★★★★★강유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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