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CEO들 ‘한국이름 짓기’ 열풍

  • 입력 2005년 11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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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회사 한국GSK의 프레이저 매튜(40) 마케팅 상무는 회사 안팎에서 ‘마 상무님’으로 통한다.

그의 한국어 이름은 ‘마태호’. 6월 한국에 부임한 이후 회사 직원들과 외부 고객들에게 좀 더 친밀하게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자 이 회사 김진호 사장이 붙여준 이름이다.

‘마태’는 매튜의 한국식 발음에서, ‘호’는 김 사장을 비롯한 이 회사 직원 상당수의 이름 마지막 글자가 ‘호’인 데 착안해 지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 사이에 한국어 이름 짓기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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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한 한국어 이름을 내보이면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가 쉽고 사업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 이른바 ‘네임 마케팅’이다.

소피텔앰배서더서울 더글러스 바버(55) 총지배인의 한국어 이름은 ‘박덕우(朴德優)’.

2003년 한국에 오자마자 자신의 본래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한국어 이름을 만들었다. ‘바버’에서 ‘박’, ‘더글러스’에서 ‘덕우’가 됐다. 한국어 이름을 명함뿐 아니라 와이셔츠 소매 끝단에도 새겨 다닌다.

다국적 제약회사 한국릴리 직원 300여 명은 최근 사내 공모를 통해 랍 스미스(49) 사장에게 ‘우인성(優人誠)’이란 한국어 이름을 선물했다. 우인성은 이 회사의 가치인 ‘우수성’ ‘인간존중’ ‘성실성’의 앞 글자에서 각각 땄다. 그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명함의 한국어 이름을 보고 호감을 보여 금세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된다”고 했다.

콘택트렌즈 업체인 한국 시바비전의 비카스 파텔(41) 대표는 ‘박카스’란 별명을 얻었다. 그의 이름을 들은 고객들이 ‘박카스’란 한국 드링크 제품을 떠올리며 애칭으로 삼을 것을 추천했다고.

한국과의 남다른 인연으로 한국어 이름을 갖게 된 외국 인사들도 있다.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 사령관은 올해 큰 보물이란 뜻의 ‘나보태(羅寶太)’라는 한국어 이름을 지어 화제가 됐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힐사모’ 등 국내 누리꾼 팬들로부터 ‘한덕(韓德)’이란 이름을 얻었다.

주한 미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제프리 존스 미래의 동반자 재단 이사장은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으로부터 ‘조재필(趙在弼)’이란 이름을 받았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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