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후지모리 ‘회오리’…칠레서 체포후 反日감정 전전긍긍

  • 입력 2005년 11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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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후지모리(67) 전 페루 대통령이 5년 여간의 일본 망명생활을 접고 페루 인접국인 칠레에 들어갔다가 체포된 뒤 일본과 페루 관계가 나빠지고 있다.

10일 페루 외무성은 칠레 주재 일본대사관 직원이 전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면회한 것에 항의해 주일 페루대사를 ‘임기 종료’를 이유로 귀국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페루 측은 대통령 재임 시 발생한 학살사건 등 20여 건의 범죄에 관련된 혐의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신병을 넘길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일본계 2세인 그가 일본 국적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보호하며 이 요구를 거부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6일 칠레 산티아고에 도착했을 때에도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며 발뺌했지만, 국제 수배된 전직 대통령의 출국을 몰랐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양국 관계가 나빠지면서 페루 내 8만여 명의 일본계 주민은 현지인들의 일본에 대한 반감이 자칫 자신들을 향해 터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11일 도쿄신문이 보도했다.

페루인들은 후지모리 대통령 재임 시에는 경제대국 일본의 눈치를 보며 일본계에 대한 반감을 내놓고 드러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독재자로 변해 부패 정치를 행하다 도망친 그를 일본 정부가 감싸자 크게 분개하고 있다.

100여 년의 이민 역사를 지닌 페루 내 일본계는 이 때문에 걱정이 많다. 1940년 일본인 이민 사회에 충돌이 벌어져 사건에 휘말린 페루인이 숨지자 일본 상점이 습격당하는 등 대폭동이 일어난 적도 있기 때문이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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