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常이 팔린다…“어! 내 이야기네” 共感 마케팅 붐

  • 입력 2005년 11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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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니면 오늘 바로 내가 경험한 듯한 이런 순간들이 하찮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들 장면은 각각 요즘 인기 있는, 이동통신사와 보험회사의 TV 광고 내용이다.

일상(日常)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누구나 평소 경험하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삶의 소소한 순간들을 담은 광고나 드라마, 인터넷 블로그에 대중이 열광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이른바 ‘리얼리티 광고’. SK텔레콤의 시리즈 광고인 ‘현대생활백서’는 휴대전화가 일반인의 삶에 파고든 모습을 조목조목 보여 줘 화제다.

식사 후 휴대전화 액정화면에 이를 비춰 보며 고춧가루가 끼었는지 확인하는 여성(‘공주의 품위 유지’ 편) 등 일상 속 에피소드를 순간 정지시킨 듯한 광고가 공감을 얻고 있는 것. ‘현대생활백서’의 경우 시리즈가 인기를 얻자 9, 10월 SK텔레콤 홈페이지를 통해 휴대전화와 관련된 일반인들의 에피소드를 공모했고 응모된 6000여 건 중 ‘낙천주의’ 등 3편을 이미 광고로 제작했다.

한국광고단체연합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최근 대상을 받은 ‘삼성생명-브라보 유어 라이프’도 일상을 포착한 경우. 엄마 손에 이끌려 여탕 입구까지 간 어린 아들이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모습(‘아들’ 편) 등 잔잔한 웃음을 자아내는 가족 생활의 에피소드를 소재로 삼았다.

광고 전문가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이에 따라 소비심리가 얼어붙을수록 ‘바로 내 얘기야’ 하고 소비자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구체적인 일상 소재의 ‘공감(共感) 마케팅’이 각광을 받는다고 말한다.

SK텔레콤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서성실 과장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거액의 출연료를 주고 유명 스타를 등장시키는 스타 마케팅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 반응도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상의 습격’은 광고뿐 아니라 TV 오락 프로그램에도 맹렬한 기세로 파고든다.

KBS2 ‘상상플러스’,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SBS ‘야심만만’ 등 주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학창 시절의 사적인 이야기나 목욕탕에서 겪은 일 등 ‘스타’가 아닌 ‘자연인’으로서 자신의 경험을 경쟁적으로 늘어놓으며 시청자의 공감을 유도한다.

각 포털 사이트가 매일 선정하는 ‘오늘의 블로거’ 역시 일상의 힘을 전하는 경우가 대부분. 네이버에서 11일 ‘오늘의 블로거’로 뽑힌 한 누리꾼의 사연도 △친구들과 술 마시며 술집 주인아저씨와 나눈 이야기 △자신의 출생 때 몸무게와 정확한 생시(生時), 엄마의 진통 시간 등 사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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