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준모]파업에도 룰이 있다

  • 입력 2005년 11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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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이상 파업 상태인 해태제과의 노사분규는 현재 우리나라 노사 관계가 안고 있는 다양한 대립 요소를 복합적으로 담고 있다.

회사가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크라운제과에 인수합병(M&A)된 후 해태제과 직원들은 고용 불안정에 위협을 느껴 지난해 11월에 일반사무직을 주축으로 노조를 설립했다. 사측으로서는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의 영업체계를 통합함으로써 M&A의 이익을 의도했을 것으로 보인다. 노사는 올해 4월까지 10여 차례 교섭을 진행하였으나 결렬됐다. 교섭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았던 신규 노조는 상급단체에 교섭 및 체결권을 위임하게 되고, 사측도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상급단체에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다음 단계로 노조는 점거농성에 돌입하게 되고 이때부터 노사 갈등은 상급단체 간의 ‘기싸움’으로 확전(擴戰)됐다. 이 시점의 노조는 유급전임자 10명(조합원 93명당 1명)으로 과도한 전임자를 요구했고(우리나라 평균 179명당 1명) 고용 불안정 해소를 위해 인사위원회의 노사 동수 구성을 요구하게 된다. 노조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경영 참여’라기보다는 ‘고용 안정’으로 추측되지만 상급단체가 개입하면서 좀 더 강한 경영 참여가 요구 내용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사측은 노사가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의 정리해고 인원, 전직 지원 보장, 희망퇴직금 산정 등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보다는 ‘노조의 인사권 침해’로 해석했다.

최종단계에서 사측은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노조는 자사 제품 불매 운동, 시내 할인점 영업 방해, 거래은행 업무 방해, 대형 할인점 물품구입 방해 등의 행동을 벌인다. 노조는 또 사측의 무자료거래에 대한 세무조사를 요구하는 시위를 국세청 앞에서 벌여 노사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게 된다. 이후 노사는 파업 기간 중 임금 지급 문제와 파업 참여 직원의 징계 문제로 추가적인 갈등을 빚게 되는 상황에서, 노동계는 사측의 구사대에 의한 폭력사건과 영업직에 대한 재무상태 조사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해태제과 분규 사건이 주는 시사점은 많다.

첫째, 노조의 해사(害社) 행위는 도의적 지탄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해사 행위는 노사 갈등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며 노조 자해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사용자의 구사대 투입 등 노조를 자극하는 행위도 노사 갈등을 더욱 꼬이게 만든 결과를 초래했다.

둘째, 노사가 상호 신뢰를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법으로 무장하여 공격할 때 상생의 협의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법적 해결에는 많은 비용과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법에 의존하는 것은 마지막 수단이어야 함을 노사는 인식해야 한다.

셋째, 상급단체는 개별 사업장에 합리적 노사 관계가 정착되도록 지도와 조언을 해야지 단위 노사를 희생하면서까지 대리투쟁을 해서는 곤란하다.

넷째, 사측은 M&A 시 수반되는 수량적 고용조정은 최소화하고, 전직 지원 등 적극적인 갈등 예방 프로그램을 제시했어야 했다.

다섯째, 사용자의 경영 불투명성은 언제라도 노조에 볼모로 잡힐 수 있다는 점을 해태제과 사례는 재확인해 준다.

이제라도 노조는 해사 행위를 중지하고, 사측은 고용 불안정 최소화 방안에 성실한 협의를 해야 한다. 노사는 일정 기간의 냉각기 후에 노사가 합의하는 인사들이 사적 조정 내지는 사적 중재를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분규 피해를 정산해 보면 해태제과의 노사분규는 무엇을 위한 M&A인지, 또 무엇을 위해 투쟁한 것인지 노사 양자 모두 후회막급인 사례다.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사 관계의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될 것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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