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임원님은 과외수업중…화법 매너 등 컨설팅교육 붐

  • 입력 2005년 11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자넨 왜 놀고 있나?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놀고 있긴요. 인터넷 메신저로 자료 전송하는 겁니다.”

석유화학 계열 대기업 임원인 A(46) 상무는 후배 직원들과 충돌이 잦았다.

젊은 사원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의사소통 문제가 심각했다. 한번은 영업부 직원들에게 “자리에만 앉아 있지 말고 나가서 고객을 만나라”고 한마디 했다가 다음 날부터는 직원들이 아예 회사로 들어오지 않자 화가 치밀었다.

내년 초에 있을 ‘리더십 다면평가’에 마음이 초조해진 A 상무는 지난달 ‘임원 코칭’을 해 주는 회사를 찾았다. 그는 현재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바꾸기 위한 수업을 받고 있다.

○ 생존을 위한 임원들의 과외수업

대기업과 중견기업 간부들이 ‘과외수업’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의 인사철, 연봉협상 시즌을 앞두고 저마다 자기 계발의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 연말이 가까워오면서 중요한 사교 모임들이 다가오는 것도 이유다.

주로 개인적으로 수업을 받는 이가 많지만 회사 측의 ‘강력한’ 권유에 마지못해 따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기업 임원 B(53) 씨는 지난달 비즈니스 매너를 지도하는 사설 학원에 등록했다. 얼마 전 상사와의 식사 중에 ‘버터나이프’를 입으로 빨다가 호된 질책을 들었던 것.

모임만 나가면 “매너가 없다”는 소리를 듣는 그는 협력업체와의 모임도 많고 해외 출장도 잦은 임원직을 맡게 되자 “이대로는 살아남기 어렵겠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그는 강사와 함께 호텔 식당을 돌아다니며 ‘매너 실습 교육’을 받았다. 테이블 예절은 물론 걸음걸이, 향수 뿌리는 법 등이 그의 ‘수강 과목’이다.

이처럼 조직관리와 화법, 매너 등을 지도하는 컨설팅 기관에는 요즘 ‘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비즈니스 컨설팅 전문기업 CMOE코리아가 회원사로 두고 있는 국내 30대 기업 및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교육 중 임원 대상 교육이 차지하는 비율이 35%나 됐다. 올 상반기에는 이 비율이 10%에 불과했다.

○ 협상, 유머…온라인 학습까지

외국계 회사의 인사담당 임원인 C(50) 씨는 지난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진을 상대로 하는 ‘협상 스쿨’에 다녔다.

연말 노조와의 연봉 계약을 눈앞에 두고 체계적인 협상 기법을 배워 보고 싶었기 때문. C 씨는 “회사도 이기고 직원도 이기는 ‘윈윈 게임’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보통 일반 사원들이 주로 수강하는 기획서 작성이나 프레젠테이션 기법 등의 강좌에도 간부나 관리자급이 몰리고 있다.

기획서 작성법 강좌를 개설하고 있는 한 전략마케팅회사 관계자는 “수강생의 30% 이상은 대기업 간부나 중소기업 CEO들”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학습 열풍도 거세다.

기업 임원들끼리 경영 정보와 지식을 주고받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영상 사이트 ‘SERI CEO’의 가입자는 이미 5000명을 넘어섰다.

‘고품격 유머’를 제공하는 유료 사이트 ‘품위유머닷컴’의 이상준(38) 사장은 “연말 모임을 앞두고 한 달에 100여 명의 가입자가 몰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