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통일-金복지 본보 인터뷰 돌연 취소

  • 입력 2005년 11월 1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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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는 10·26 국회의원 재선거 이후 여야 주요 정치인들로부터 국정 현안과 향후 정치전망 등에 대한 견해를 직접 들어보기 위해 연쇄 인터뷰 기획을 마련했다. 이 기획에 따라 본보는 8일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 10일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그러나 당초 본보의 섭외에 응했던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인터뷰를 거부해 이들의 인터뷰는 보도하지 못했다.

본보는 내부 논의를 거쳐 여권에선 정, 김 장관, 야권에선 박 대표와 이 서울시장 등 4명을 인터뷰 대상으로 정하고 지난달 말부터 섭외에 들어갔다. 이들에게 기획 취지를 설명하면서 일정을 잡아줄 것을 요청했다.

정 장관은 처음 인터뷰를 제의하자 “취지를 잘 이해하겠다. 상황을 좀 보자. 요새 하도 말들이 많아서…. 여하튼 다른 여권 인사(김 장관을 지칭)가 먼저 하면 하도록 해보겠다. 나는 맨 마지막에 하는 걸로 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이 먼저 하면 자신도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김 장관은 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흔쾌히 응하기로 약속하고 즉석에서 10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기로 일정까지 잡았다.

이에 본보는 정 장관 측에 김 장관과의 인터뷰가 정해졌다는 사실을 알리고 거듭 일정을 잡아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정 장관 측은 “김 장관 인터뷰에 대한 여권 내 반응을 보고 하자. 동아일보에 인터뷰를 했다고 하면 어떨지 모르겠다. 지난번에 조선일보 기자와 인터뷰했는데 일부 인사들이 몰려와 ‘왜 그런 신문하고 인터뷰를 하느냐’며 피켓시위까지 했다. 솔직히 그런 상황이 부담스럽다. 하지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장관은 8일 오전 최종적으로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정 장관은 “나는 하고 싶은데 주변에서 강하게 인터뷰에 응하지 말 것을 권유했다”며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보는 김 장관과의 인터뷰는 계속 추진키로 하고 준비를 진행했으나 김 장관 측의 비서관이 8일 전화를 해와 “도저히 시간이 안 난다. 특강이다 당정협의다 해서 일정이 잔뜩 잡혀 있다”며 “일정을 미룰 수 없느냐”고 말했다. 이에 본보는 “약속한 것이니 일정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설득했으나, 김 장관 측은 인터뷰 하루 전날인 9일 돌연 “안 하기로 결정했다”고 최종 통보를 해왔다. 이유를 묻자 김 장관 측은 “정 장관과 김 장관이 통화했다. 정 장관이 인터뷰 않기로 한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과 김 장관이 본보와의 인터뷰를 거부한 것은 청와대가 최근 일부 언론과 인터뷰를 한 고위 공무원들에 대해 경위를 조사하는 등 ‘압력’을 가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대한 정권 핵심부의 거부의사가 강해 본인들도 부담이 많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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