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월드워치]佛 평등주의 축구대표팀만 같아라

  • 입력 2005년 11월 1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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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현지 시간으로 9일 저녁 프랑스축구대표팀의 경기가 TV로 중계됐다. 서인도제도 마르티니크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친선 경기였다. 프랑스인들은 모처럼 세상사를 잊고 TV 앞에 모였다.

경기 시작 전 양 팀의 선수들이 줄지어 선 순간. 새삼 한 가지 특징적인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선발로 나선 프랑스 대표팀 11명 가운데 백인은 단 2명이라는 점. 적어도 축구팀에서만큼은 백인이 소외를 받은 셈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일부 프랑스인들은 대표팀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순수 프랑스인이 거의 없는데 이게 무슨 대표팀이냐”는 얘기였다.

프랑스인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지네딘 지단은 알제리 핏줄이다. 동물적인 골 감각을 가진 티에리 앙리와 수비의 주축인 릴리앙 튀랑은 각각 해외 프랑스령인 가이아나, 과달루페 출신이다.

미셸 플라티니가 맹활약하던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프랑스 대표팀은 순수 프랑스인이 주축을 이뤘으나 점차 전력이 떨어지자 해외 프랑스령이나 아프리카 출신 유망주를 발굴해 오늘날의 대표팀을 구성했다.

대표팀의 주전 가운데 앙리를 포함한 7명은 최근 소요가 가장 심했던 대도시 교외 지역 출신이다. 경기 시작 전 튀랑은 취재진에게 정부를 향한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을 겨냥해 “나도 교외에서 자랐지만 ‘쓰레기’는 아니다”며 “정치권이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1998년 월드컵에서 이들을 주축으로 우승을 이뤄 냈다. 이를 두고 최근 언론들은 “우승 직후 프랑스는 피부색을 떠나 모두 하나였다”면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그때 사회 통합을 이룰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최근의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선수들이 입은 하얀색 유니폼의 어깨 부분에는 프랑스 삼색기의 색깔이 선명했다. 이 선수들은 적어도 ‘평등’의 기회를 얻은 셈이다. 그러나 최근 소요를 일으킨 청년들 대부분은 ‘평등’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다.

경기에서 프랑스는 전반에 2골을 허용했지만 후반에 3골을 몰아쳐 역전승했다. 골을 넣은 선수는 모두 흑인계 선수들이다.

한편 소요 사태 2주일째인 9일 밤과 10일 새벽 사이에는 방화가 전날보다 줄어들면서 진정 국면이 이어졌다. 프랑스 경찰청은 10일 오전까지 전국에서 차량 482대가 불탔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617대가 방화 피해를 입었다.

특히 소요 사태의 진원지인 파리 북동쪽 교외에서는 지난 사흘간 폭력 행위가 점진적으로 줄어들었다. 정부가 9일 비상사태법을 발동한 뒤 통행금지령을 실시한 도시는 30여 개로 늘어났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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