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황호택]교사인가, 노동자인가, 혁명가인가

  • 입력 2005년 11월 1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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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가 철밥통이라는 말을 듣던 호시절은 대체로 10년 전에 끝났다. 어느 명문대는 커리큘럼에서 필수과목을 거의 없앴다. 한 교수가 한 학기에 2강좌(6학점)를 개설하는데 전공과목의 경우 등록 학생이 10명을 넘지 못하면 자동 폐강된다. 한 강좌가 폐강된 교수는 다음 학기에 세 강좌를 개설해야 한다. 두 강좌도 학생을 못 채운 교수가 세 강좌, 네 강좌를 채워 나가기는 더욱 어렵다.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전임강사가 되면 교수까지 자동 승진되던 제도는 대다수 대학에서 사라졌다.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교수가 되기까지 논문 등 업적 평가를 엄격하게 받는다.

교수평가 제도에 비하면 교육부에서 내놓은 교원평가 제도는 ‘평가’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너무 빈약하다. 학생의 수업 만족도, 학부모의 자녀 학교생활 만족도 조사와 동료 교사의 평가가 전부다. 이러한 평가 자료는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활용될 뿐이다. 전교조는 이러한 참고자료 성격의 평가도 못 받겠다며 아우성이다.

한 기업인은 김대중 대통령이 한 일 가운데 한국 경제에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친 것이 전교조 합법화라고 말했다. 사리분별이 분명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능력과 노력에 따른 개인차(個人差)를 인정하지 않는 이념을 가르치고 그 이념의 프리즘을 통해 기업과 사물을 바라보게 하는 전교조 교육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교사 노동조합이라는 개념이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했지만 선진국에서 죄다 허용하는 교원 노조를 한국에서만 계속 불법으로 묶어 두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영국에는 교장 노조까지 있다. 다만 당시 정부가 전교조에 교사로서의 특별한 지위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동시에 허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 노동자임을 스스로 선언했다면 철밥통을 깨고 일반 노동자처럼 임용계약, 정리해고, 변형근로를 받아들이게 했어야 옳다.

전교조는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근로조건 개선과 관련 없는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전교조는 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학입시, 교육 개방, 교원평가 같은 현안에서 교육인적자원부의 상전 노릇을 하려고 한다.

전교조의 교육 개방 반대나 반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공동수업은 대원군 시대에 나라의 문을 걸어 잠그고 천주교 신부를 잡아 죽이던 쇄국정책을 연상시킨다. 무역 규모 세계 11위의 나라에서 자라나는 세대에게 반세계화 반미를 가르쳐 그들이 무엇으로 먹고살게 할 것인가.

교육대와 사범대의 입학경쟁률이 해가 갈수록 치열해지는 것을 보더라도 교사는 우리 사회에서 인기 직업이 됐다. 교사는 교원 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 등에 의해 신분이 보장되고 62세 정년퇴직 후에는 안정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교원연금을 받는다. 우리 사회가 교사를 이처럼 특별히 우대하는 데는 교사를 일반 노동자와 다르게 보는 전통적 가치관이 반영돼 있다.

전교조 대변인은 “전교조가 노조로서 경제적 이익을 챙기기 위해 노력한 것이 별로 없다”고 자랑처럼 말했다. 법률로 특별한 지위를 보장받는 마당에 사실상 근로조건을 놓고 사용자(정부)와 크게 싸울 것도 없다.

전교조의 일부 강성 그룹은 노동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변혁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학부모가 일부 교사의 친북 좌편향 교육 내용을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공동수업을 좋아하는 전교조가 북한 학생들의 영양실조와 부자(父子) 세습의 공산독재를 비판하는 공동수업을 했다는 이야기를 과문(寡聞)한 탓인지 아직 듣지 못했다.

전교조 가담자는 교사인지, 노동자인지, 사회변혁운동가인지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들이 지향하는 이념과 가치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은 자녀를 맡긴 학부모의 권리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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