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가지 않은 길’ 여는 한인 2세들

  • 입력 2005년 11월 1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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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교포사회에서는 자녀들이 하버드나 예일 같은 이른바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한 것은 ‘뉴스’가 아니다. 해마다 명문대에 들어가는 한국 학생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미국 이민 역사가 깊어가면서 이처럼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전문직에 당당히 진출한 1.5세나 2세 교포들이 부쩍 늘었다. 무척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이들의 진로가 편중돼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똑똑한 2세들의 상당수가 의사, 변호사처럼 높은 소득이 보장되고 리스크가 적은 직업만을 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교포 2세 의사와 변호사가 급증하면서 한인사회에서는 의사와 변호사 공급 과잉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2세 중에서 정치권이나 언론 등 ‘공적인 측면이 강한’ 분야로의 진출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들 직업은 전문직에 비해 높은 소득이 보장되지는 않지만 미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한인들의 정치력 향상 운동을 펼쳐오고 있는 한인유권자센터 김동석(金東錫) 소장은 “도전적이고 어려운 일을 기피하는 현상이 일반화됐기 때문”이라며 “결국 이는 한인들의 정치력을 결집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치권만 해도 그 벽은 매우 높다. 8일 뉴저지 주 에디슨 시 시장으로 당선된 준 최(최준희·34) 씨만 해도 민주당 텃밭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불과 191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승리했다. ‘인종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최 씨가 어렵게 당선된 에디슨 시장의 연봉은 5만 달러(약 5000만 원) 안팎에 불과하다. 매사추세츠공대(MIT)를 나온 그에게는 이보다 몇 배의 연봉을 주겠다는 제의가 많이 왔다고 그의 가족들은 전했다.

그런데도 최 씨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서,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다”며 이 같은 제의를 뿌리치고 험난한 정치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마침 같은 날 보스턴 시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시의원에 당선된 한인 샘 윤 씨도 나이가 35세로 젊다. ‘제2의 준 최’ ‘제2의 샘 윤’이 계속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공종식 뉴욕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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