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위 따로 노는 경찰…‘검찰 피의자 호송 거부’ 번복

  • 입력 2005년 11월 10일 03시 02분


코멘트
검찰이 직접 수사한 사건 피의자의 호송 문제를 놓고 검찰과 경찰이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피의자 호송을 거부해 영장실질심사가 무산되고 피의자의 유치장 입감이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9일 오전 11시 전주지법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알선수재 혐의 피의자 안모(43) 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전주북부경찰서의 호송 거부로 열리지 못했다. 피의자 권리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경찰이 오후 3시 40분경 안 씨를 법원에 데리고 가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졌다.

전주북부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청의 지침에 따라 호송을 거부했으나 영장 실질심사가 피의자에게는 중요한 일이란 판단에서 호송을 했다”고 말했다.

9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8, 9일 서울서부지검 1건, 제주지검 1건, 전주지검 군산지청 2건 등 모두 10건의 호송 및 유치장 입감 거부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경찰청이 4일 검찰 직수사건 피의자 호송을 거부하라는 지시를 내린 뒤 나흘 만인 8일 이를 번복했지만 일선 경찰서가 이 지시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혼선을 빚은 데 따른 것이다.

최광식(崔光植) 경찰청 차장은 8일 각 지방경찰청에 전화를 걸어 “검찰이 협조 요청을 해오면 업무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적극 협조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9일 오후엔 기자회견을 열어 “12월 초 관계기관이 조정안을 마련할 때까지 4일 내려 보낸 호송거부 공문의 시행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최 차장은 “검찰이 피의자를 호송할 준비가 아직 안 된 상태라고 전해 온 데 따른 것”이라며 “일선 경찰서에서는 경찰 지휘부의 방침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철회이면서도 ‘일단 보류’란 애매한 태도를 보이자 일선 경찰은 수뇌부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일선 경찰서 직원은 “검찰 사건 피의자 호송을 하지 말라는 공문을 내렸다가 청와대의 질책을 받자마자 당장 꼬리를 내린다면 어느 누가 수뇌부를 믿고 일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검찰은 말을 아꼈다. 청와대가 경위 파악에 나선 뒤 경찰 스스로 입장을 번복하는 등 사태가 진화된 만큼 ‘싸우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검찰과 경찰 간에 해석의 논란이 있어 두 기관이 협의에 들어가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서 경찰의 호송 거부 방침에 대한 경위 파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