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4형제 모두 불구속…검찰 “국익 고려”

  • 입력 2005년 11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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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비자금 조성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손기호·孫基浩)는 두산그룹의 박용오(朴容旿) 전 회장과 박용성(朴容晟) 전 회장, 박용만(朴容晩) 전 부회장 및 박용욱(朴容昱) 이생그룹 회장 등 박 씨 일가 7남매 중 4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박용성 전 회장이 동계올림픽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유치 등 스포츠 외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구속 수사는 국익에 심대한 손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장 책임이 무거운 박용성 전 회장을 불구속하면서 다른 박 씨 일가를 구속하기는 어렵다”며 “이번 사건이 가족 간 분쟁에서 비롯된 진정사건이고 박용성 전 회장 등이 책임을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백억 원의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가 드러난 기업인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검찰의 결정에 대해 편파 시비와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횡령 액수가 50억 원 이상일 때 적용되는 특경가법상 횡령죄는 법정형이 징역 5년 이상으로 집행유예 대상도 될 수 없는 중죄”라며 “검찰의 결정은 법에 어긋나는 정치적 판단이며 재벌 봐주기의 대표적 사례”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박용성 전 회장 형제 외에도 박 전 회장의 장남 박진원(朴신原)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등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씨 일가의 횡령 액수 등 구체적인 범죄 사실과 사법 처리 내용을 10일 공식 수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발표할 방침이다.

검찰 수사 결과 두산그룹의 비자금 규모는 두산산업개발이 대신 납부한 박 전 회장 일가의 대출금 이자 138억 원 외에 두산그룹 건물 관리업체 동현엔지니어링, 주방가구 제조업체 넵스, 세계물류 등이 조성한 각각 수십억 원 등 모두 300억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두산그룹은 검찰이 박용성 전 회장 등에게 불구속 기소 결정을 내린 데 대해 크게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두산그룹은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검찰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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