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사정 급해지니 또 지역구도에 매달리나

  • 입력 2005년 11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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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민주당과의 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태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자신의 ‘정치적 계승자’로 규정하며 “전통적 지지표를 복원해야 한다”고 하자 당내 통합론이 부쩍 힘을 얻는 양상이다. 여기에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이 탈당하면 정계의 ‘헤쳐모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통합론이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열린우리당이 민주당과의 통합에 적극적인 것은 호남마저 잃으면 내년 지방선거와 내후년 대통령선거에서 승산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올해 두 번의 재·보선 참패가 열린우리당의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입만 열면 지역구도 극복과 국민통합을 외쳐 온 여당이 다시 특정지역에 매달리는 것은 자기부정이다. 필요 없을 때는 버렸다가 사정이 급해지니 원칙도 명분도 내팽개친 채 표(票)에만 매달리는 것으로 국민 눈에는 비칠 수밖에 없다. 국가정보원 도청 문제 등으로 처지가 어려워진 DJ의 정치적 발언을 덥석 받아 마치 그의 적자(嫡子)인 양 으쓱대는 모습도 보기 딱하다.

2년 전 민주당을 뛰쳐나가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내세운 가장 큰 명분이 지역주의 극복이었다. 당시 노 대통령은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독식하는 잘못된 정치구도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주장했던 한나라당과의 대연정(大聯政)이나 선거제도 개편론의 명분도 지역구도 극복이었다. 김병준 대통령정책실장은 “양극화 심화는 물론이고 지난날의 외환위기와 성수대교 붕괴도 잘못된 선거제도와 지역구도 탓”이라고까지 했다. 청와대 사람들이 그런 논리를 또 펼지 두고 볼 일이다.

만약 열린우리당이 민주당과의 통합, 더 나아가 중부권신당과의 연대까지 꾀한다면 이 나라 정치는 또다시 영남 대(對) 비영남의 지역구도로 회귀할 것이 뻔하다. 그때는 이러는 것이 ‘시대정신’이고 정치개혁이라고 둘러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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