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민주당과의 통합에 적극적인 것은 호남마저 잃으면 내년 지방선거와 내후년 대통령선거에서 승산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올해 두 번의 재·보선 참패가 열린우리당의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입만 열면 지역구도 극복과 국민통합을 외쳐 온 여당이 다시 특정지역에 매달리는 것은 자기부정이다. 필요 없을 때는 버렸다가 사정이 급해지니 원칙도 명분도 내팽개친 채 표(票)에만 매달리는 것으로 국민 눈에는 비칠 수밖에 없다. 국가정보원 도청 문제 등으로 처지가 어려워진 DJ의 정치적 발언을 덥석 받아 마치 그의 적자(嫡子)인 양 으쓱대는 모습도 보기 딱하다.
2년 전 민주당을 뛰쳐나가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내세운 가장 큰 명분이 지역주의 극복이었다. 당시 노 대통령은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독식하는 잘못된 정치구도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주장했던 한나라당과의 대연정(大聯政)이나 선거제도 개편론의 명분도 지역구도 극복이었다. 김병준 대통령정책실장은 “양극화 심화는 물론이고 지난날의 외환위기와 성수대교 붕괴도 잘못된 선거제도와 지역구도 탓”이라고까지 했다. 청와대 사람들이 그런 논리를 또 펼지 두고 볼 일이다.
만약 열린우리당이 민주당과의 통합, 더 나아가 중부권신당과의 연대까지 꾀한다면 이 나라 정치는 또다시 영남 대(對) 비영남의 지역구도로 회귀할 것이 뻔하다. 그때는 이러는 것이 ‘시대정신’이고 정치개혁이라고 둘러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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