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명희]교수노조가 대학교육 개혁한다고?

  • 입력 2005년 11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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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는 매우 크다. 지식기반 사회에서 우리나라가 계속 발전하기 위해선 지식 강국이 돼야 하며, 그 소임이 일차적으로 대학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들은 교수의 ‘정년보장제’와 자동 승진 및 승급 제도를 고치는 한편 연구 업적 등을 심사해 성과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2002년에 계약임용제가 도입되고 대학 간 통폐합과 구조조정도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그리고 고정적 연구비의 비중이 줄고 두뇌한국(BK) 21이나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NURI) 사업과 같은 경쟁적 연구 프로젝트가 일반화돼 가고 있다. 이처럼 대학의 거의 모든 분야가 경쟁체제로 변모하고 있다.

이 같은 대학 환경의 변화로 교수들 중에는 신분에 대한 불안감이나 연구 업적 등에 대해 강박관념을 가지는 이가 늘어나게 됐다. 이를 배경으로 2001년에 교수노동조합이 출범했던 것이다. 교수노조는 지금까지 법외 노조로 활동해 왔는데, 최근 여당 일각에서 교수노조 합법화를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대학개혁의 흐름 속에서 대학교수의 신분 불안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다. 교수들이 좀 더 안심하고 연구와 교육에 몰두할 수 있도록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교수노조가 결코 좋은 방법은 아니다.

노조는 산업화 시대의 산물로서 특정 직업집단이 그 직업으로써 대체로 같은 대우를 받던 산업화 시대에는 일정 정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교수도 근로자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근로조건의 개선과 복지 증진, 그리고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노조를 결성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전개될 사회는 직업이나 계급으로써 일률적으로 평가받는 사회가 아니라 각 개인의 능력과 성과에 따라 다양하게 평가되는 사회이다. 가령 어떤 배관공이 배관 관련 일을 창의적으로 개선하고 성실하게 잘 수행하면, 그 배관공에게는 더 좋은 대우를 해 주는 사회이다. 변호사도 그가 변호사로서의 일을 얼마나 훌륭하게 수행했느냐에 따라 평가되는 사회다. 이러한 사회에서 노조는 그 역할과 기능이 축소되고 제한될 수밖에 없다.

대학교수들도 개개인의 능력과 성과에 따라 평가받는 시스템을 지향하는 게 옳다. 교수의 신분 불안 문제도 교수 시장의 유동성을 확대하는 방향에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와 같이 일단 대학과 학과가 정해지면 평생 동안 그 직장이 고착되기보다는 대학 및 학과의 특성화에 맞춰 유연하게 교수진을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교수노조 측에서는 또 교수노조의 합법화가 “암울한 교육 현실을 근원적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교육정책에 대한 교수의 조직적 참여 및 사학 비리 구조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고,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개혁주체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노조를 통해 교육현실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범주의 오류라고 본다. 왜냐하면 노조는 기본적으로 권익을 옹호하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모습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 절대다수가 원하는 교원평가와 같은 개혁도 전교조는 반대한다. 세계적 규모로 경쟁이 진행되는 시기에 노조는 개혁의 원동력이 되기보다는 개혁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기 쉽다. 따라서 교육개혁 운운하는 교수노조는 더욱 찬성할 수 없다.

대학의 침체는 사회의 인재풀과 지식의 침체로 이어진다. 교수노조 문제와 관련해서도 ‘지식기반 사회에서 어느 방향이 대학이 새로운 지식의 창조와 교육의 산실로서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가’를 따져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명희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운영위원장 공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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