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윤홍근]‘단체장 연임제한’ 국회 스스로 풀어야

  • 입력 2005년 11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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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 관련법이 재정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체장의 연임을 3회로 제한한 지방자치법 제87조는 현재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연임 제한 규정을 적용받게 된 3선의 기초단체장 31명과 광역단체장 2명이 올해 4월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들은 연임 제한 규정은 헌법이 보장하는 선거권과 공무담임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어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지방자치법상의 피선출직 공직자의 연임 제한 규정은 지방자치법이 처음 발의될 당시 원안에 없던 것이 국회 통과 직전에 삽입되었다. 당시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연임 제한이 신진 정치 엘리트의 등용을 원활히 할 수 있고, 부정부패로 이어지기 마련인 지방 토호들의 과도한 정치적 영향력 행사를 제어할 수 있다는 명분을 제시하였다. 이 같은 명분은 미국에서 연임 제한 옹호론자들이 제시한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입법배경이나 내용, 정치적 효과 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첫째, 미국의 연임 제한은 지방정부 의원을 집중 겨냥해 이루어진 것이지만 한국에서는 자치단체장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우리 지방자치법은 광역지자체든 기초지자체든 의원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연임 제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둘째 미국에서 연임 제한 규정의 입법은 전적으로 지자체 주민들이 발의해 만들어진 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국회에서 발의하고 통과된 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셋째, 미국에서 연임 제한 추진이 공감을 살 수 있었던 것은 현직 의원들이 정치자금 등 기득권에서 신진 경쟁자들을 압도해 사회적 소수를 대변하는 신진 정치인의 정계 진출을 방해한다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지자체장의 경우 재선 비율은 27%, 3선은 13%에 불과하다. 미국 선출직 공직자의 재선 이상 비율이 70%에 이른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은 현직의 이점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단체장의 연임 제한을 국회의원들이 추진했다는 점에서 이 규정의 진정한 노림수가 무엇인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단체장들은 주민 접촉력과 인지도, 현지 사정에 대한 정보 면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다. 따라서 지방단체장들은 해당 지역구 의원들에게 직접적인 정치적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단체장 연임 제한 규정은 정치적 라이벌을 견제하려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보이지 않는 공모’에 의한 것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국회에서 관련 법규정의 개정이 번번이 좌절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선 단체장에 대한 연임 제한은 다선 정치인은 곧 구태 정치인이고 부패 가능성이 그만큼 클 것이라는 가설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측면으로 보자면 3선에 성공한 단체장들은 전문성이나 경륜 면에서 세 차례의 선거를 통해 이미 검증된 인물들이다. 연임 제한으로 기대되는 효과가 불확실하다면 최종 선택권을 유권자들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 민주주의 가치에 더 부합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기보다는 국회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 문제를 매듭짓는 것이 옳다.

윤홍근 서울산업대 교수 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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