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국내 OS 98.8% 점유…독점지위 이용 한국시장 쥐락펴락

  • 입력 2005년 11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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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읽는 책은 성경이고,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은 컴퓨터를 켤 때 나오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운영체제(OS) 시작음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MS의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설명할 때 자주 나오는 농담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MS의 OS 부문 시장 점유율은 98.8%다.

MS는 이런 시장지배력을 배경으로 최근 미국 증권거래소에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윈도와 관련된 시정 조치를 요구하면 한국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압박성 공시’를 냈다.

미국 행정부까지 나서 공정위의 윈도 관련 판결에 간접적인 영향을 행사하고 있어 한국 정부와의 통상 마찰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 공정위 조사, 통상 마찰로 비화되나

한국MS는 공시에 대해 “투자자에게 위험을 미리 알리기 위한 미국 본사의 일상적인 경영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정위의 ‘끼워 팔기’ 관련 판결을 유리하게 이끌어 내기 위한 압박”으로 보고 있다.

MS는 유럽연합(EU)에서 독과점 혐의로 제소당했을 때는 사업 철수를 얘기하지 않았다.

이달 초에는 미국 법무부 관리 2명이 공정위를 방문했다. 공정위는 이들의 방문이 MS와 미국 법무부 사이의 합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미국 행정부의 압력’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 MS, 한국을 떠날 수 있나

MS가 한국 시장에서 손을 떼기는 쉽지 않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추정한 2004년 국내 OS 시장 규모는 3조7900억 원. 이 가운데 윈도 판매액이 3조7500억 원(약 37억 달러)을 차지할 정도로 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MS가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와 유지해 온 협력 관계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하지만 ‘윈도 철수’ 발언 파장에서 보듯 OS 독점에 따른 부작용은 매우 크다. 올해 9월 MS가 “2006년 7월부터 윈도98에 대한 고객 지원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한국 정부는 당시 MS 본사에 “중단 조치를 1년만 연기해 달라”고 사정해야 했다.

국가사이버안전센터에 따르면 윈도98의 고객 지원이 끊기면 정부가 갖고 있는 개인용 컴퓨터(PC) 350만 대는 외부 해킹이 쉬워지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면 윈도를 모두 새로 사야 한다. 윈도 교체 비용만도 수백 억 원. 여기에 최신 윈도를 위해 성능 좋은 PC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사야 한다.

○ 대안을 찾아야 한다

MS의 정책 변화에 국가 전체가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기 위해서는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안으로 꼽히는 것은 리눅스와 같은 공개 OS. 프로그램의 핵심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source code)를 공개하지 않은 MS 윈도와 달리 리눅스는 소스 코드가 공개돼 있어 필요에 따라 사용자가 OS를 고쳐 가며 쓸 수 있다.

이미 리눅스는 기업용 서버 OS 시장에서는 윈도의 강력한 경쟁자로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2004년 세계 서버 OS 시장에서 리눅스의 점유율은 25.3%이며 2007년에는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인치범 한글과컴퓨터 홍보팀장은 “리눅스의 존재만으로도 서버 OS의 가격이 급격히 떨어졌다”며 “개인용 컴퓨터에서도 리눅스가 성공을 거두면 윈도 가격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어 전체 소비자가 이익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MS 피소일지
일시내용
1998년 10월미국 법무부 MS 인터넷 익스플로러 끼워 팔기 혐의로 제소
2000년 8월유럽연합 집행부 MS 미디어플레이어 끼워 팔기 혐의로 제소
2001년 5월국내 인터넷기업 다음 MS 메신저 끼워 팔기 혐의로 제소
2004년 10월미국 리얼네트워크스 MS 미디어플레이어 끼워 팔기 혐의로 제소
2005년 4월한국 공정거래위원회 MS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 시작
2005년 11월이탈리아 소비자단체 MS 윈도XP 탑재 컴퓨터 판매 강요로 제소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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