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7년만의 유조선 “희망의 뱃고동”

  • 입력 2005년 11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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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배를 ‘유니버설 퀸’호로 명명하니 이 배와 승무원 모두에게 신의 축복과 가호가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유조선 건조를 축하하는 송사문을 낭독한 뒤 은도끼로 명명대를 치자 선박위의 둥그런 박에서 수많은 꽃가루가 날렸고 생일축하곡이 울려 퍼졌다.

2년여의 건조 끝에 탄생한 현대상선의 초대형 유조선 ‘유니버설 퀸’호가 드디어 생명을 갖게 된 것이다.

9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현대상선 ‘유니버설 퀸’호의 명명·취항식.

스폰서(선박의 명명자)로 나선 권 여사와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 박맹우 울산시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 등 각계 인사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맞이한 잔치에서 현대상선 관계자들은 모처럼 환한 웃음을 터뜨렸다.

2000년 이후 5년 만에 명명·취항식 행사를 가졌기 때문. 유조선을 신형으로 건조해 취항시키는 것도 1998년 이후 7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현대상선은 대북(對北) 송금 사건의 후유증으로 가라앉은 회사분위기 탓에 제대로 된 명명식을 갖지 못했다. 2000년 불거진 유동성 문제와 일부 사업 부문 매각, 인력 감축….

혹독한 구조조정을 끝낸 현대상선은 지난해 사상 최대이익을 거두는 등 완전히 경영정상화를 이뤄냈다. 기쁨이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유니버설 퀸’호는 ‘선박투자회사제도’로 탄생한 첫 번째 배다. 이는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자금 등으로 선박을 만들어 해운업체에 빌려준 뒤 임대료를 받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제도.

현대상선은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기관에서의 차입금과 일반 투자자에게서 자금을 모아 ‘동북아 1호 선박투자회사’를 설립해 현대중공업에 선박을 발주하고 인수한 것이다.

행사가 끝난 뒤 직접 올라가 본 31만 t급 초대형 유조선 ‘유니버설 퀸’호의 위용은 대단했다.

길이 333m, 폭 60m, 높이 29.6m. 세워 놓으면 높이가 63빌딩(249m)보다 84m나 높다.

1회 취항에 국내 일일 원유소비량과 맞먹는 2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송할 수 있다.

조종실로 들어간 현정은 회장은 딸 정지이 현대상선 과장과 함께 승선기념으로 세 차례 뱃고동을 울리며 활짝 웃었다.

그는 “이 큰 배를 보고 ‘현대상선이 앞으로 많이 커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온갖 어려움을 극복한 현대상선의 재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10일 개성관광 협의를 위해 방북하는 현 회장은 “오랜만에 가는 거라 많이 걱정되지만 다 잘 될 거예요”라며 미소를 보였다.

울산=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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