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경주 방폐장과 ‘이웃사촌’울산

  • 입력 2005년 11월 9일 0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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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건설 부지가 경주로 확정됐다.

정부가 1986년 방폐장 후보지 물색에 나선지 19년 만이다. 지난해 발효된 주민투표법 등에 따른 민주적인 절차와 천문학적 인센티브 때문에 ‘국가적 난제’가 해결될 수 있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치열한 경쟁 끝에 방폐장을 유치한 경주시는 “세계적인 과학·역사도시로 도약할 전기를 마련했다”며 꿈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인접한 울산시는 떨떠름한 표정이다. 북구청과 북구의회는 “방폐장 건설 반대”를 외치며 반핵단체와 연대투쟁을 선언했다.

“경주 방폐장 건설 예정지에서 반경 30km 이내에 울산 시민의 90%가 살고 있고, 경주 방폐장 건설로 울산의 해양관광사업과 수산물 판로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데 경주 시민의 의견만 물었다”는 것이다.

이는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투표에 참가한 경주 시민의 약 90%가 찬성한 방폐장을 울산시가 반대하는 게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이라도 경주 방폐장 건설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인접한 울산에도 일정 규모의 인센티브를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이 아닐까.

고리원전 1∼4호기가 부산 기장군에 있지만 ‘원전에서 반경 5km 이내에 지역개발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관련법에 따라 인접한 울산 울주군에도 연간 수십억 원이 지원되고 있기에 인센티브를 요구할 법적 근거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한 시민은 울산시 홈페이지에 “혹시나 ‘경주 방폐장 건설에 따른 인센티브를 달라고 하면 방폐장 유치 찬성으로 비춰져 다음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라고 망설이는 선량(選良)이 있다면 국가와 지역을 위해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는 무능한 사람”이란 글을 올렸다. 이제 이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울산에 2011년까지 신고리원전 4기가 건설되고 울산과 접한 고리원전에 10월 말 현재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3663다발과 중저준위 폐기물 3만3912 드럼이 ‘임시저장’돼 있지만 ‘건설 반대’만 외치다 아무런 실속도 못 챙긴 우(愚)를 다시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웃집 잔치에 축하를 못해줄 요량이면 재는 뿌리지 않는 게 이웃 사촌의 도리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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