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이윤택표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 리허설

  • 입력 2005년 11월 9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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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국립극단 예술감독(오른쪽)이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 올림피아 역의 소프라노 오미선 씨의 마리오네트 춤 연기를 지도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이윤택 국립극단 예술감독(오른쪽)이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 올림피아 역의 소프라노 오미선 씨의 마리오네트 춤 연기를 지도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자, 올림피아 장면에서는 모든 분이 직립으로 걷도록 하지는 않겠어요. 무릎을 최대한 높이 들어서 재밌게 걸어야 해요.”(이윤택)

“아니, 노래를 할 때도 계속 움직이라고요?”(베이스 함석헌)

“서서 뻣뻣하게 노래를 하면 제가 연출할 필요가 없지요. 오페라는 독주회가 아닙니다. 노래의 내용을 몸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그러면 노래도 더 잘 될겁니다.”(이윤택)》

○ “오페라는 독주회가 아니다. 재미있어야 맛있다”

7일 오전 서울 예술의 전당 4층 국립오페라단 연습실에서는 연극 연출가 이윤택 씨와 국립오페라단의 가수들이 온몸으로 부딪치고 있었다.

22∼27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호프만 이야기’의 연출을 이례적으로 이윤택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맡은 것. 그는 “오페라도 극(劇)인 만큼 재미있어야 한다”는 모토를 내걸었다.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는 주인공 호프만이 세 명의 여인(순정의 여인 안토니아, 관능과 쾌락의 여인 줄리에타, 기계인형 올림피아)을 만나면서 꿈꾸고 체험하는 사랑의 여행기.

이 감독은 이 극의 배경을 200년 후의 우주공간으로 바꿨다. 또 원작의 극 전개 순서도 여자 주인공들의 이미지에 맞춰 봄(안토니아), 여름(줄리에타), 가을(올림피아), 겨울(에필로그) 순으로 바꾸어 재창조했다.

이날 연습 장면은 사랑을 찾아 헤매는 주인공이 기계인형 올림피아와 사랑에 빠지는 대목. 올림피아(소프라노 오미선)와 합창단은 모두 기이한 마리오네트(줄인형) 춤을 추고 있었다. 이 감독은 팔을 크게 휘저으면서 “마리오네트는, 눈을 깜빡일 때는 눈꺼풀이 올라가야 하고, 턱이 밑으로 빠지면서 노래하고, 목 뒷부분이 실로 매달린 것처럼 흐느적거려야 한다”고 시범을 보였다.

이 감독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합창단. 그는 “오페라에서 합창단은 잘못된 용어”라며 “천천히 움직이며 노래만 하는 ‘합창단’이 아니라 무용단과 연기자 역할도 같이 하는 ‘코러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국립오페라단 합창단원은 난생 처음 무용단처럼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을 입고 아침마다 30여 분간 연희단거리패 소속 양승희 씨의 안무 지도에 따라 신체훈련을 받아 왔다. 남녀 합창단원들은 심지어 2막 관능과 쾌락의 ‘줄리에타’ 장면에서는 벗은 몸으로 분장한 채 서로 엉켜서 굴러다니는 파격적 안무도 소화해내야 할 참이다.

○ 대학교수도 쩔쩔매는 카리스마

대부분 대학교수로 활동하며 예우를 받던 주역 성악가들도 수난을 겪기는 마찬가지. 이 감독이 노래 부르는 가수의 배와 턱을 손으로 눌러 집어넣고, 머리채를 뒤에서 잡아채는 등 신체 교정을 할 때는 주역 성악가들의 얼굴에 당황해하는 빛이 역력했다.

이날 연습 도중에도 “사랑에 발정 나서 호프만을 찾아다니는 표정을 지어보아요!”(이윤택) “선생님 갑자기 잡아당기면 어떡해요. 허리 아파요!”(테너 하석배) 등 실랑이가 이어졌다. 그래도 연습이 끝난 뒤 바닥에 쓰러진 단원들은 “○○선배 목소리 떨리는 것 처음 봤다” “키득키득” “하! 하! 하!” 하며 웃음을 쏟아냈다.

○ 22∼27일 서울 예술의 전당서 공연

반주를 맡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장 폴 프넹(프랑스) 씨는 “이 감독은 원작의 노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순서와 배경, 이미지, 캐릭터를 바꿨는데 매우 재밌는 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오페라 음악 자체에는 이미 드라마틱한 요소와 제스처가 다 들어 있다”며 주역들에게 과도한 동작을 주문하는 데는 이견을 보였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오페라에 관한 한 외국에서도 지휘자와 연출자가 음악이냐 극이냐를 놓고 항상 충돌한다”며 “처음엔 힘들겠지만 오페라 단원들이 끊임없는 신체훈련을 통해 음악에 동작을 얹을 수 있다면 대중에게 훨씬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2, 23, 25일 오후 7시 반, 26, 27일 오후 4시. 3만∼15만 원. 02-586-5282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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